굼벵이 매미가 되어 날개 돋쳐 날아올라
높으나 높은 나무 소리는 좋거니와
그 위에 거미줄 있으니 그를 조심하여라
-<청구영언>

벼슬이 바로 사람의 거미줄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아무리 버티어도 계절은 오고 가는 것, 이 삼복도 물러나게 될 것이다.

열대야에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청량하기도 하지만 한편 더위를 보태어 짜증이 날 때가 많다.

더러운 굼벵이가 땅속에서 7년을 살다가 매미가 되어 날개가 돋아 높은 나무 위에서 의기양양 좋기도 하겠지만, 그토록 즐겁게 노래 부르고 있는 바로 네 머리 위에 거미줄이 쳐져있으니 그것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인간의 세상에 갑작스런 입신출세, 분에 맞지 않는 영달이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무명 시절을 보내다가 벼슬길에 나가게 되는 의기양양 출세는 모든 이의 희망이다.

그러나 매미를 포획하는 거미줄은 바로 벼슬길에서 만나게 되는 함정이요, 벼슬살이를 함으로써 온갖 어지러운 일, 험한 일을 당하기에 조신(操身)할 것을, 만사에 신중하는 것이 인생을 착실하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이 시조는 관리들을 두고 읊은 것이다.

7년이란 긴 시간을 땅 속에서 지내다 비로소 허물을 벗고 한 생애 마지막을 구가하는 울음 우는 매미를 두고 사람들은 예부터 매미의 다섯 가지 덕을 말한다.

매미의 5덕이란 수액과 이슬을 먹으니 청(淸)이요. 관이 늘어진 모습 이 문신과 같아 문(文)이요, 곡식에 피해를 주지 않으니 청렴의 렴(廉)이요, 집을 짓지 않으니 검소할 검(儉)이요, 허물을 벗고 할 도리를 다한다고 해서 신(信)이라 하여 매미의 5덕을 말하기도 한다.

환해풍파(宦海風波)라 하여 지금의 세태를 보아도 벼슬살이에서 겪는 온갖 험한 일이 많으니 이 시조의 교훈과 풍자의 의미는 시대를 뛰어넘어 그대로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입추(立秋)가 지났으니 돌아서면 처서(處暑)요, 또 흰 이슬 내리는 백로(白露)가 찾아올 것이다. 하늘 높은 계절과 함께 희망은 언제나 우리 편이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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