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협회의 잘잘못 조목조목 지적
한국체육회까지 ‘꼰대들의 몰락’ 시작
금메달 만큼 값진 체육계의 변화 기대

▲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올해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는 올해 22살의 전형적인 MZ세대입니다. 안 선수는 금메달을 따고 나서 MZ세대답게 용기 있게 나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항의했습니다. 일파만파의 파장이 한국 스포츠계를 강타했습니다. 나는 먼저 안 선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녀의 용기에 배드민턴협회는 물론 한국체육회까지 ‘꼰대들의 몰락’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아니, 꼰대들이 몰락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변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랬다느니, 협회의 지원이 없었으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을 못 했을 거라느니, 누구보다 큰 혜택을 받았다느니 하는 접근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발전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꼰대가 아니라 안 선수의 말처럼 대화하고 귀 기울여 들어줄 나잇값 하는 어른이 한 명이 더 있어야 할 때입니다.

스포츠 조직은 철저한 위계질서 사회입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기에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된 안 선수는 지난 7년 내내 대표팀에서 잡일을 도맡은 것으로 부모들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 줄을 일일이 가는 것은 물론 일부 선배들의 속옷 빨래도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된 연습 뒤에 휴식이 필요한 어린 선수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개인의 인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21세기에 아직 이런 악습이 관례라는 명분으로 남아 있다니 듣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안 선수는 금메달을 획득한 후 이런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라며 억울했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만약 안 선수가 30대가 넘는 나이였거나 협회나 체육회의 눈치를 보는 선수였다면 분명 침묵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선수 생활하는데 받을 불이익을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안 선수는 젊기에, 당당한 MZ세대이기에 자신의 고통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안세영 선수의 폭로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진상 조사에도 나선 모양입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체면치레하는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에 맞서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 선수를 조사하겠다고 나서 ‘조사받을 비리 단체가 무슨 조사를 하느냐.’는 지적에 혼이 난 모양입니다. 민주당 문체위원들과 비공개 대화까지 나누었다니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져 일벌백계의 결론이 나길 바랍니다.

안 선수의 폭로로 협회가 대표팀 선발에 개입하고 임원 여비에 돈을 펑펑 쓴 사실과 협회가 자행한 실책들이 계속해서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발굴되고 있습니다. 일이 터지자 올림픽 도중 대한배드민턴협회 임원진은 언론과 여론의 집중 공격을 피하려고 선수단보다 일찍 귀국하는 줄행랑치는 모습까지 연출했습니다. 이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꼰대들의 면피를 위한 도피로 국민적 빈축을 사지 않았습니까. 진실은 밝은 것이어서 그 어떤 것으로 가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안세영 선수 문제 제기에 대한배드민턴협회나 대한체육회의 대처가 어른답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22살의 여자 선수의 이유 있는 항변을 왜 큰 어른처럼 안아주지 못하고 과잉 대응하는지. 파리에서 그녀에게 질책성 언사를 퍼붓기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주고 문제해결에 나섰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신들이 감춰야 하거나 드러나서는 안 될 문제가 너무 많다는 방증입니다.

이제 문제해결 의지가 있는 참된 어른과 MZ세대들이 나서서 안세영 선수를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불합리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안세영 선수를 지켜야 할 때입니다.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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