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모든 산물은 반으로 갈라 그 반은 공동의 물품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으로 내놓은 물건은 나머지 다섯 개 마을이 공평하게 갈라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면 여섯 개 마을이 골고루 산물을 나누어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맨 아래쪽 바다를 접하고 있는 고래잡이 마을은 큰 고래를 잡으면 그 반을 갈라 다섯 개 마을에 보내주었다. 그러면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미호 마을 사람들도 고래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반대로 미호 마을의 깊은 산속에서 나는 산물은 그 일 할이 고래잡이 마을로 전해지는 것이었다. 여섯 개 마을은 규칙을 잘 지켜 오래도록 평화롭게 살았다.

여섯 개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성장하여 혼인을 하게 되면 피를 나누지 않은 남녀가 짝을 지어야 좋다는 것을 알았다. 여자아이가 커서 짝을 찾게 될 때는 모두 다른 마을로 보냈다. 한 마을의 여자 아이들은 다섯 개 마을로 나뉘어 보내지는 것이었다.

아이를 많이 낳는 마을이 힘이 세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한 마을에 아이들이 너무 많이 태어나게 되면 완급을 조절해 그 마을에 보내는 딸아이들의 숫자를 줄였다. 그런데 유독 고래잡이 마을의 사람 숫자가 해 마다 줄어들었다. 고래잡이 마을 사람들은 자기네 마을로 들어오는 여자 아이들이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좋지 않은 아이들로 가려서 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섯 개 마을 대표들은 계곡에 모여 회의를 했다. 어떤 사람은 고래잡이 마을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 큰 바닷고기를 잡아 신령님의 노여움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고래잡이 마을여자들이 너무 기름진 고기를 많이 먹어 그런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딱히 이유를 밝혀 낼 수는 없었다. 큰 고래를 잡으려면 힘센 장정들이 더 필요했다. 마을 대표들은 고래잡이 마을에 더 많은 여자 아이들을 보내도록 합의했다.

그 결과 그해에는 고래잡이 마을에는 열 명의 여자아이들이 다른 마을로 보내지고 다른 마을 여자아이 스물이 들어오게 되었다. 대략 사내아이 하나에 여자 아이 둘이 배정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문제는 다음 해에 일어났다.

미호 마을에 사흘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사흘은 그 해에 암각화를 새기는 일을 맡았다. 단번에 한 것이 아니라 윗사람에게 몇 년 동안 새겨 놓은 바위그림을 보며 그동안 여섯 개 부락이 살아온 내력을 모두 공부하고 나서였다. 사흘은 그 해에 여섯 개 마을 대표가 결정한 사항을 바위 면에 새겨 넣었다.

바위 그림을 새기는 동안에는 마을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의 움막에서 그의 아내와 함께 살았다.

사흘의 아내는 그해에 고래잡이 마을에서 시집 온 처녀였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탓인지 처녀는 여섯 개 마을에서 제일 눈에 띄었다. 사흘은 꿈같은 신혼 생할을 하며 바위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래잡이 마을에 있는 처녀의 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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