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의 오빠는 두 명의 처녀와 신혼 생활을 했다. 그런데도 미호 마을로 시집 간 여동생을 못 잊어했다.

처녀의 오빠는 세상 여자들을 모두 다 준다고 해도 시집 간 여동생만은 못하다고 생각했다. 오빠는 여동생을 찾아 서석곡으로 찾아갔다. 사흘이 바위 면에 그림을 새기고 있는 시간에 여동생을 몰래 만나 정을 나누었다. 횟수를 더해갈수록 둘의 만남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사흘은 그런 정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는 바위그림을 새기다 말고 아내가 기다리는 움막집으로 갔는데 자기 신부가 친정 오빠와 한 몸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사흘은 놀란 가슴을 끌어안고 바위그림 앞으로 뛰어왔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곧 이어 신부의 오빠이자 간부인 남자가 사흘에게로 달려왔다. 간부는 뻔뻔스럽게 사흘에게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사흘에게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다그쳐 물었다. 사흘이 마을 공동회의에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이었다. 사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간부가 사흘의 머리를 붉은 돌도끼로 내려친 것이었다. 결국 사흘은 자기가 가져온 붉은 도끼에 목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일을 저지른 사내는 여동생을 데리고 계곡 반대편 연화산으로 숨어 들어갔다. 연화산은 산이 깊어 숨을 곳이 많았다. 죽은 사흘의 시체가 발견 된 것은 다음 날이었다. 시체는 계곡에 놀러 온 구량 마을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여섯 개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다. 사라진 사흘의 신부를 찾기 위해 여섯 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섰다. 결국은 미호 마을의 유능한 사냥꾼들이 두 남매를 붙들어 왔다.

김일환은 이야기를 멈추고 개울가로 물을 마시러 갔다. 이야기에 푹 빠져 있던 마츠오가 나에게 물었다.

“김상.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게 사실로 들리오?”

나는 사실 같다고 했다.

“바위에 새겨진 상형문자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제목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목을 적어놓고 구술로 이야기를 전해 준다면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 갈 수가 있지 않을까요? 마치 절의 대웅전 바깥벽면에 그려진 벽화 그림처럼 말이죠.” 마츠오는 나의 의견에 수긍하는 듯하더니 다시 물었다.

“이야기가 진실이냐 아니냐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소. 저 자가 제멋대로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소.”

“지어내는 이야기라면 저자는 머리가 천재일 겁니다. 그림과 이야기를 맞추어서 만들어내기는 더 힘들 테니까요.”

개울물을 마시고 난 김일환이 금방 돌아왔으므로 우리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김일환이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츠오가 질문을 했다.

“이 바위면 그림을 빨간 돌로 새겼다고 했는데 그 돌이 지금 미호천 상류 백운산에서 캐내고 있는 아까다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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