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우리교육의 소생 위해
해체된 마을 교육공동체 되살려
아이들에 정서적 유대 형성해줘야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십대가 학교폭력에 이어 딥페이크 사태로 사회를 경악시키네요. 이제는 교육 관계자가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어른은 누구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까요?

우리 정부가 교육정책에 매번 실패한 것은 다 압니다. 학교와 교사가 아이들 인성교육에 그 책임이 있을까요? 우리가 언제 그들에게 그럴 시간을 준 적 있나요? 체육, 도덕 시간을 줄이고 동아리 활동, 학급회의를 없애며 국·영·수·대입 공부로 바꿨었지요, 우리 부모와 정부가 말입니다. 교육의 3대 요소인 德, 體, 智에서 智育만을 해 왔습니다. 학생에 훈육을 하면, 비웃는 아이보다 달려와 교장실로 향하는 부모가 더 두려웠다고 교사들이 토로합니다. 이래 놓고 학교를 탓하면 안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 한국이 일터로 가며 경제 기적을 이루는 동안, 교육은 학교에만 맡겨왔습니다. 이제 우리 공교육은 교실을 보아도, 교사와 학부모를 보아도, 사망하였고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긴 죽어가는 것이 교육 뿐 아니라 의료도 마찬가지네요. 최근 응급실 의사에 대한 소송들에서 판사는 의료과오는 없다면서도 설명의 부족, 기록의 부족, 도의적 책임 등을 물어 환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죠. 이제 의사는 응급상황에서도 환자의 심장과 호흡을 구하기 전에 여러 서류를 꼼꼼히 작성해야 합니다. 그동안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2배나 늘어났는데 왜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생길까요? 전공의처럼 그들도 떠나가기 때문입니다. 이제 추석 명절에 응급실 사태는 아마 최악으로 치달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의료계 사태와 달리 교육의 사망 선고는 지나친 억측일까요? 학교를 대입을 위한 수단으로서, 성숙보다 학력의 성장만을 강조했던 우리의 교육은 간단한 검색만으로 이미 절망적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증가, 청소년 자살률 OECD 1위, 10대 범죄 증가율, 교사의 휴직과 퇴직 증가율, 교사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망적인 그들의 견해를 보십시오.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큰 영향력은 학교와 교사가 아닙니다. 부모의 책임입니다. 아이에게 기질을 물려주었고 가정환경으로 인성을 만들었으니, 아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든 그 싹은 가정에서 심어진 것이죠. 학원비 버는 일에 지친 부모가 이제 자기 머리 위에 올라선 자식을 어떻게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요? 비관적입니다. 교육학자들은 자기조절력, 회복탄력성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맞벌이 부모가, 이혼 후 외부모와 조부모가 이 능력을 어떻게 만듭니까? 괴외를 시키면 될까요?

아이에 필요한 것은 공감, 공조, 공익의 ‘3공’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격언을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학교에 교육을 맡기고는 해체한 마을교육공동체를 되살려야 합니다. 아이에게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웃의 어른에게 삼촌, 이모 하며 따르고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는 아이는, 부모가 아플 때 달려온 이들의 情을 받아본 아이는, 친척보다 더 가깝게 교류하고 지내며 사랑을 받아 본 아이는 사회에서 어른을 대하는 마음이 성숙해집니다. 삼촌과 이모의 연장선인 것이죠. 이런 정서 능력을 만들지 못한 아이에게 사회의 어른은 이해관계의 타인일 뿐입니다. 겉으론 인사해도 저희들 톡 방에서 비웃고 까며, 사진을 음란물로 딥페이크하여 공유하며 낄낄거립니다. 아이의 가슴에 담지 못한 어른은 꼰대인 것입니다.

마을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하든, 교회-성당-절을 중점으로 하는 신앙공동체이든 다시 교육공동체와 삼촌과 이모를 부활시켜야 합니다. 성인식을 통해 자유와 책임의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축인 교육과 의료는 거의 사망했습니다. 전공의와 응급실의사도 떠나가며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판사는 언젠가 의사에게 몸을 맡길 때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 미래의 기둥이 될 십대가 어떤 괴물이 될지 우린 곧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가슴을 치게 될지 모르겠네요.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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