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변화와 발전의 고비마다
앞장서 여론을 주도한 경상일보
디지털환경에 맞춰 접근성 제고
진실보도와 중립적 비판 자세 견지
정론직필로 전국적 영향력 갖춘
언론사로 성장, 역량 발휘 기대

▲ 박기준 변호사 재경울산향우회 회장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지난 8월 2박3일간 중국 상해를 다녀왔다. 수교 전인 1989년 8월 공산권 탐방 대학생들을 인솔하는 공동 임원으로서 처음 갔고, 2010년 3월 부산지검 검사장 재직시 상해검찰청과의 교류로 다녀왔으며, 이후 한 번 더 갔으니, 이번이 네 번째다. 갈 때마다 상해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광복절쯤에 선조들의 독립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일은 늘 감동적이다.

상해의 임시정부에 기관지로서 독립신문이 발간되었다. 일제 간섭과 재정 부족으로 어려웠을 텐데 독립의 희망과 애국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신문이 독립운동의 기폭제이자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신문의 힘은 강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황제가 되기 전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와 이집트 원정을 하면서 고국의 신문에 늘 관심을 가졌다. 원정군 병사들에게 신문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막스 갈로의 ‘나폴레옹’. 병사들의 충성과 무력도 신문을 통하여 강화되는가>.

경상일보는 1989년 창간되었는데 당시 사시(社是)가 ‘지역 사회의 발전’ ‘문화 창달에 기여’ ‘정의 실현의 선봉’이었다. 그동안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해왔다는 사실은 시민들이 잘 아는 바다. 필자는 경상일보에 7년째 졸고를 기고해 오고 있다. 주제는 자유롭지만, 법률 분야를 기본으로 글을 쓰고 있다. 조금이나마 정의 실현에 도움 되기를 바란다. 필진들이 사시에 부응하는 글을 쓰는 것은 좋다.

그동안 경상일보는 울산광역시 승격, 태화강 살리기와 십리대밭의 국가정원 지정, KTX 울산역 및 울산국립대(UNIST) 유치 등 울산의 변화와 발전의 고비마다 앞장서 왔다. 여론을 확산시켜 일이 성사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본 독자로서의 객관적인 평가이니 아마 맞을 것이다.

필자는 1999년 울산지방검찰청에서 형사1부장검사로 근무하였다. 고향의 사정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다소 까다롭고, 더욱 조심스럽다. 당시에 검찰에 출입하는 기자들과 비교적 자주 어울렸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소통도 했었다. 사명감 넘치는 젊은 기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언론사에도 유능한 기자들이 있었지만(굳이 성명은 거론하지 않겠다) 경상일보 박익조 기자가 생각난다. 나중에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신문사를 떠났는데 인품과 능력이 훌륭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국회에 전문위원으로 가서 일할 당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하는 김두수 서울본부장을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필력이 힘차고 강직한 인품의 소유자다.

요즈음 언론 환경은 열악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뉴스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로 인해 전통적 언론은 위축되는 모양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여러 뉴스들은 사이비 언론이나 가짜 뉴스의 구별을 어렵게 만든다. 이념의 양극화로 인한 언론의 편향 보도도 심해져서 신뢰 상실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광고 수익의 제고를 위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는 사태를 악화시킨다. 이런 때일수록 정확한 보도와 중립적인 비판의 자세를 지키는 정론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에 충실한 보도로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정론이다.

▲ 울산광역시청 현판식.  경상일보자료사진
▲ 울산광역시청 현판식. 경상일보자료사진

경상일보가 동남권 지역 신문의 위상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적 영향력을 가진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영남 지역의 대표 언론사로는 부산의 부산일보와 대구의 매일신문을 꼽는다. 중앙지와 어깨를 겨눌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상일보도 버금갈 수 있다. 울산이라는 광역 도시를 기반으로 정론을 펼쳐 나간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디지털 환경에 맞는 홈페이지 구성과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앱상에서 경상일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신문모아’ 앱에서 지역신문으로 들어가서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었다. 바로 경상일보 앱을 다운받아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누구나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접근의 용이성은 신뢰성과 직결된다.

현재 신문사 내에 젊고 참신한 인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과거 근무했던 인사들이나 전문가들을 규합하여 전문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가칭 ‘정론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글을 실음으로써 지면의 질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동남권의 광역 도시인 울산이 지역을 아우르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울산의 검찰 및 사법 관할은 양산시에 미치지만, 양산의 교통, 교육, 상업, 문화 등 생활권은 부산에 포섭되어 있다. 필자가 과거 15년 전 부산 검찰에서 기관장으로 근무하면서 고향 울산을 생각할 때 아쉬웠던 부분이었는데 현재도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심화된 느낌이다.

1960~1970년대 초중등학교 시절에 ‘울산, 경주, 포항, 양산 등을 합쳐 경상동도를 만들어야 울산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구체적 논의에 대하여 아는 바는 없지만,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작금에 울산의 영향력이 주변으로 확대되는 것이야말로 울산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황제의 원정에서도 고국의 언론이 중요하였듯이 글과 펜의 힘은 총과 칼보다 강하다. 울산의 발전을 위한 매개체로서 대표 언론사인 경상일보의 역할이 중차대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기준 변호사 재경울산향우회 회장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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