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날 그가 서석곡에 갔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평시와 다름없이 자신의 모친과 아내가 운영하는 주막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형님을 통해서 들려오는 바깥소식에 의하면 미호천에 접하고 있는 하동 중동 상동 마을에 일본인 순사들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고 했다. 집집마다 변소까지 샅샅이 뒤져 도난당한 아까마다석을 찾았다고 했다. 어떤 집에서는 한두 점 몰래 감추어 두었다가 발각이 되는 바람에 주재소에 끌려가 가혹한 조사를 받고 왔다고 했다.

살해당한 마츠오가 아까다마석 광산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가 광산에서 분실한 아까마다석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사실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나중에는 미호 마을 뿐만 아니라 인보와 구량 마을까지 뒤지고 다닌다고 했다. 나는 은근히 김일환이 걱정되었다. 그날 마츠오를 살해했던 붉은 돌도끼를 잘 감추어 놓았는지 불안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얼마가지 않아 끝나고 말았다.

마츠오가 살해되고 나서 꼭 두 달 만이었다. 일본이 대동아 전쟁에서 패망했다. 일본인 순사들은 더 이상 거리에 나다닐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곧장 에리코에게 달려갔다. 마츠오의 살해범이 잡힐까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에리코는 도망치다시피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길도 수월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일처럼 나서서 에리코의 귀국길을 도왔다.

처음에는 부산항에서 배를 타는 것까지만 보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언양에서부터 부산까지 동행하면서 서서히 마음이 바뀌었다. 자꾸만 김일환이 하던 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보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이 백운산 계곡에서 뒹구는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어쩌면 화장산 기슭에 묻혀 있는 사람이 일본인 마츠오가 아닌 조선인 김재성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김재성은 죽고 일본순사 마츠오가 가족을 데리고 귀국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부산항에 도착하여 에리코에게 마츠오의 신분증이 있는가 물어보았다. 에리코는 보따리 속에 꽁꽁 싸들고 온 마츠오의 신분증을 꺼내었다. 마츠오는 죽었지만 그의 유품 하나라도 챙기고 싶은 게 에리코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당신과 함께 가겠소.”

“….”

에리코는 한동안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같이 가겠다는 것은 죽은 마츠오가 되어 같이 살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에리코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등을 떠밀었다. 나는 에리코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본인 순사 마츠오가 되어 일본행 배에 올랐다. 나는 언양을 떠나올 때부터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김순조에 대한 일은 되도록이면 기억에서 떨쳐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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