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놓인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신청’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려아연은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사의 기술을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국가핵심기술’로 적용해 달라는 요청이다.

고려아연의 이같은 행보는 그간 영풍·MBK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에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온 정부에 핵심 국가기간 기업은 국가가 나서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제공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에 매각할 수 있고,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인수 금지 또는 원상 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경쟁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까지 공개 매수할 계획을 천명한 바 있다. MBK는 이날도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울산시에 약속했던 고용과 투자는 중단없이 추진될 것이며,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지역 사회에선 이날 종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반대 운동이 전개됐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100여개 협력사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고자 지역 사회, 시민, 정치권과 연대해 MBK에 맞설 것이라고 거센 투쟁을 경고했다. 온산공업단지협회, 울산시중소기업협회 등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저지대열에 가세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민주평통자문회의 울산지역회의, 울산시정홍보위원회 등도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에 동참했다.

울산의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고려아연’ 지키기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울산지역 사회가 이렇게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1994년 ‘직할시 대투쟁’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와 그 후 초래될 산업·경제적인 파국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울산 지역사회가 안심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과 국익을 위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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