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노인의 기록에 마츠오가 붉은 도끼에 찍힌 부위도 오른쪽 이마였다. 어떻게 자연석에 이야기를 전해 주듯 형태와 문양이 만들어 진 것인지 기가 막힌 일이었다.

김용삼은 나를 반갑게 맞았다. 인사를 건네자마자 자초지종을 물었다. 어떻게 할아버지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수건에 싸온 붉은 돌도끼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알아보시겠습니까?”

김용삼은 붉은 돌도끼를 들여다보더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이십 오년 전에 거액을 받고 일본노인에게 팔지 않았느냐고 묻자 더욱 놀랐다.

“이걸 어떻게 작가님이 가지고 계시는 겁니까?”

“이 돌도끼를 어떻게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았는지 이야기를 해주세요.”

김용삼은 대답을 하기 전에 장롱 안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내었다. 하나는 나무로 만든 검은 색 물건이었는데 드문드문 은장식이 붙어 있었다. 전체적인 모양은 해태상을 닮아 있었다. 뚜껑을 열도록 되어 있었는데 열어보니 작은 벼루가 안에 고정되어 있었다. 해태의 입 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목수들이 사용하는 먹통의 기능을 겸하는 것 같았다.

다음 물건은 신문지 크기의 커다란 종이를 예쁘게 접어놓은 것이었다. 김용삼의 설명으로는 지금으로 치면 윷놀이 판과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종이를 펼치니 장기판처럼 칸을 지어 놓았는데 칸 마다 예전 관직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음에 꺼낸 것은 나무판으로 만든 호패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 증조할아버지의 호패였답니다.”

김용삼에게 할아버지에 관한 추억이 남아 있는 게 있느냐고 물으니 어려서 돌아가셔서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고 했다. 단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데리고 서석곡에 자주 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자신도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서석곡에 갔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엄하게 꾸지람 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때는 할아버지가 왜 그러실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었어요. 할아버지가 좀 밉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구요.”

“혹시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백운산 청년단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허허. 보훈처 사람들도 똑같이 물어보더군요. 도대체 백운산 청년단이 뭘 하는 곳입니까?”

김용삼은 백운산 청년단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할아버지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갸웃했다. 한번 씩 집에서 친척들이 모여서 무슨 일인가 의논을 하던 광경을 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친척들이라니요?”

“우리집안이 한실 김가 들이잖아요. 한실이 어딘지는 아시잖아요. 사연댐 안에 수몰된 마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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