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도백하의 다관(茶館)에서
재스민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
별 하나가 찻잔 안으로 들어왔다
추우냐?
답이 없구나
영하 이십도의 눈보라
별이란 족속은
추워야 더 빛을 뿌리는 법
혜산진에서 훈춘으로 가는 밤길에
와사등을 파는 가게가 하나 있었다
보라색 등 하나를 살까 망설였는데
또 하나의 별이 찻잔 안으로 들어왔다
어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뿌리는 것이
별의 숙명이라는 것을 안
스무살 뒤로
나는 내 마음에게
어떤 외로움 속에서도
홀로 외로워질 수 있다고
고요히 다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별처럼 빛나는 고독

▲ 송은숙 시인
▲ 송은숙 시인

곽재구 시인 강연회에 들렀다가 시집 한 권을 받아왔다. 강연 도중 두 차례의 중국 기행에 대해 잠시 말씀하셨는데, 마침 시집 뒤편에 실린 산문에 그 이야기가 나온다. 이 시는 1980년대와 90년대, 연길에서 우루무치까지 왕복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은 시라고 한다. 이도백하, 혜산진, 훈춘은 시인이 혼자 여행하면서 들른 국경 마을이다. 시에는 그때의 애수와 외로움이 묻어난다. 시인은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찻잔에 들어온 별을 만난다. 마치 이백이 술잔에 뜬 달을 만나듯. 아마 마음으로 만난 별일 게다. 별은 추워야 빛을 뿌리고 어둠이 짙을수록 더 밝아지기 때문에 흔히 희망과 미래를 상징하지만, 뭇별이 아무리 많아도 제가끔 홀로 반짝이는 고독한 존재이기도 하다. 시인은 별을 보며 별처럼 ‘빛나는 고독’을 받아들이기로 한 자신의 운명에 대해 생각한다.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시인이 오래전에 쓴 ‘새벽 편지’의 별을, 시인은 우리 민족이 고향을 그리며 모여 사는 국경 마을에서 다시 만나고 있다.

송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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