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손을 잡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아니라 도원결의(桃園結義)다. 오월동주가 이익과 이해관계에 쏠려있다면, 도원결의는 가치와 철학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익동맹은 손익계산이 끝나면 언제든 흩어진다. 막장으로 치달으면 철천지원수로 전락하기도 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바뀐다. 대부분 처음부터 헤어질 결심을 하고 손을 잡는다. 그러나, 가치동맹은 애초부터 손익계산은 그림에 없다. 살아도, 죽어도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오월동주와 도원결의는 모두 삼국지를 대표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사자성어다. 오월동주는 춘추전국시대 적대적 관계였던 오나라와 월나라가 눈앞에 놓인 이익과 이해관계의 필요에 따라 손잡는 것에서 유래했다. 삼국지에선 위의 조조에 맞서 대항하기 위해 촉의 유비와 오의 손권이 손을 잡은 것을 오월동주에 빗댔다. 조조에 맞서는 이해관계를 관철한 뒤에 유비와 손권은 다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죽이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도원결의는 삼국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유비와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형제의 정을 맺기로 한 것에서 나왔다.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함께 이루지 못하고 죽었지만, 도원결의의 참된 의미가 누대를 이어 전승되고 있다.

최근 논쟁이 격화된 고려아연과 영풍도 창업주들은 가치동맹으로 동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대로 넘어오면서 가치동맹은 빛이 바랬고, 이익과 이해관계를 우선하게 됐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영풍은 삼자까지 끌어들여 이익동맹의 탐욕을 실현할 목적으로 오월동주를 택했다. 영풍의 파상공세에 맞서 방어에 나선 고려아연엔 백기사가 절실히 필요했다. 향토기업 고려아연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자, 울산과 시민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익에 앞선 가치에 비중을 둔 자발적 결단이었다. 최종 승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가치동맹이 이익동맹을 제압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산업수도 울산에서 시민과 기업이 맞잡은 손은 오월동주일까, 도원결의일까.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의 극대화가 원천이다. 돈이 안 되면 언제든 사업을 접을 수 있고, 떠날 수 있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울산에 터를 잡고 시작했거나 다른 곳에서 이전했든 마찬가지다. 적어도 울산에선 오월동주로 씨앗을 뿌렸을지라도 도원결의로 열매를 맺었다.

SK가 소버린자산운용과 지분 전쟁을 벌여 승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때도 울산과 시민은 주식 사주기 운동 등을 펼치며 백기사가 되어 SK를 지켜냈다. 당시의 승리 경험이 이번 고려아연 지키기에도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선봉에 선 김두겸 시장의 전광석화 같은 결정과 추진력이 울산은 물론 전국적인 여론의 반향을 일으켰다.

김두겸 시장은 ‘와삭거린다’라는 울산말을 즐겨 쓴다. 실패든 성공이든 무언가를 할 때 일어난다는 의미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김두겸 시장은 꿈속에서도 일을 좇는다. 개인의 안위와 부귀영달이 아니라 오로지 울산과 시민뿐이다. 고려아연 지키기도 그런 연장선이다. 그린벨트 해제, 분산에너지 특별법 등의 의제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도 기업은 가치동맹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굳세게 맞잡아야 할 손이란 믿음 때문이다. 큰 그림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세밀한 그림 그리기에도 열중이다. 현대자동차 주변 도로가 극심한 차량정체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민원에 대해 즉각적으로 교차로 개선을 비롯하여 교통체계 개편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온산공단이 주차난으로 고통을 받자, 울산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벌여 3천 면의 노상 주차장을 새롭게 조성한 것도 그렇다. 울산과 시민이 기업이 내민 손을 잡으면, 기업 또한 울산과 시민이 건네는 손을 잡게 된다. 서로가 윈윈이라는 것이다. 부활 2년째를 맞은 이번 울산공업축제에서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S-oil은 물론 고려아연도 퍼레이드 대열에 동참하면서 울산과 시민의 기업 사랑에 보답했다. 시민과 기업의 도원결의(桃園結義)는 지속 가능한 울산을 위한 굳건한 동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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