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도자기를 구우며 흙과 함께 살다간 도공이 죽음을 앞에 두고 "장례를 치른 뒤 죽음을 알리라"는 이색적인 유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유언의 주인공은 경남 합천군 강파도예 대표 김종희씨(80·합천군 가야면구원리).  김씨는 지난해 12월15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에게 편지지 3장 분량에 10여 가지의 유언을 남겼다.  유족들에게 꼭 지켜 줄 것을 당부하는 뜻에서 "지시"라고 못박은 이 유언장에는 "부고를 하지 말고 운명한 다음날 바로 장례를 치르라" "장례 치른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려라" "절을 하거나 부의금을 받지 말고 따로 음식을 마련하지 말라"는 등 가족을 비롯, 친척들과 이웃들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으려는 내용들이 채워져 있다.  또 "관은 마련하되 상여는 하지 말라" "석물은 세우지 말고 고 김종희의 묘라고만 새겨 바닥에 눕혀 두라" "꽃은 두지 말고 두려거든 들꽃 한 묶음을 꺾어 얹어라" 등의 소박하고 조촐한 장례를 당부했다.  특히 "묘는 쓰되 봉분이 동물들이 다니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레 만들라"며 그림까지 그려놔 임종 순간까지 자연친화적인 예술혼을 간직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마을 주민들은 "유명한 도예가여서 문상객이 줄을 이을줄 알았는데 가족들이 김씨의 유지를 받들어 조촐하게 장례를 치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1년 대구에서 태어나 12세의 어린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도공생활을 하다가 해방직후 귀국해 합천 해인사앞에 강파도예를 세웠다.  지난 72년부터 계명대, 영남대, 효성여대 등에서 강의했고 대구·경북미술대전초대작가 심사위원을 지내면서 전통 도자예술의 보급과 후진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개인전도 5차례 열었다.  한편 유족들은 오는 4월께 합천 강파도예에서 유작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합천=강정배기자[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