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시작과 마무리 담당하는
울산의 ‘두 영화제’ 평가 엇갈려
시스템 보강으로 동시 성공 기원

▲ 홍영진 문화부장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이번주 금요일인 4월1일부터 열흘간 산과 자연, 환경을 다루며 전 세계 42개국 14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 이후 세번째 맞는 올해 행사는 지난 2년과 달리 취소되거나 축소되지 않은 채 대부분 예정대로 치러진다. 이번 주말 영화제가 열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로 들어가는 길목은 작천정 벚꽃이 절정에 달한다. 만개한 벚꽃을 지나, 영남알프스의 너른 품 속에서, 낮이고 밤이고, 우리의 몸과 맘을 건강하게 만드는 산악영화를 감상하면서 코로나의 우울증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벚꽃철에 열리는 이 영화제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영남알프스의 가을을 널리 알린다며 9~10월에 치러졌다. 하지만 어느 해는 늦여름 태풍이, 다음 해는 가을비가 내려서 애써 준비한 영화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시기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와도 겹쳐진다. 영화제의 횟차는 물론 예산 규모의 엄청난 차이, 두 영화제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두 영화제에 참석하는 초청인사의 인지도나 관람객 규모를 확인한 뒤에는 언제나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곤 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3년전 축제 시기를 가을에서 봄으로 앞당긴데는 이같은 비교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이유도 있었다. 영남알프스의 가을을 포기하는 대신 작천정 벚꽃을 새 파트너로 삼으니, 영화제는 새로운 타이틀을 갖게 됐다. 한해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줄잡아 200여 건. 그 중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전국단위 영화제의 포문을 담당하며 ‘올 한해 가장 먼저 열리는 영화제’가 된 것이다. 재단과 사무국, 이사회와 운영위 모두의 이해와 결단으로 일사천리 진행됐고, 그 효과는 코로나가 걷히기 시작하는 올해부터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런데 울산에는 ‘올 한 해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영화제’도 있다. 2년 전엔 프레페스티벌을, 지난해엔 제1회 행사를 각각 12월 중순에 개최한 울산국제영화제다.

‘청년의 시선, 그리고 그 첫걸음’이라는 슬로건처럼 울산국제영화제는 전국의 영화학도에게 영상제작지원을 한 뒤 그 영화를 일반에 공유하고 시상한다. 작품에 투영된 젊은 시선을 통해 진화하는 영화 미학과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탐색하고, 창작자와 관객의 연대를 통하여 영화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다만, 민선7기 울산시장선거의 공약에서 비롯된 이 사업은 안정적인 안착도, 실험적 모험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다. 지난해 연말 현장에서 받았던 느낌 역시 거창한 취지를 실현했다고 보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적지않았다.

울산국제영화제는 초창기 3억원, 지난해 7억~8억원에 불과하던 사업비가 올해들어 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코로나 이후 보건의료 및 복지예산이 늘면서 그외 대부분 사업비가 깎였지만, 유달리 뛰어오른 영화제 예산을 바라보며 문예계가 슬며시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영화제를 준비하고 치러 온 세월이 4년이나 흘러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운영위원회 하나 구성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한다. 울산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외부의 영화 유통(제작)업자와 경험부족 프로그래머에게만 의지한 채 굳이 20억원 세비의 영화제를 치러야 하느냐며 참아왔던 불평들을 쏟아낸다.

영화학과 하나 없는 울산 실정에도 불구하고, 굳이 전국의 영화학도들을 응원하는 영화제를 울산에서 하겠다면 이를 지지해 줄 지역민의 호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부분을 해결해 줄 전문인과 지역민과 마니아로 구성되는 울산국제영화제의 진정한 서포터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한 도시 두 영화제’가 말이 되느냐는 논란이 온 도시를 휩쓴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은 말이 된다. 서울, 부산, 대구 등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두 영화제 중 하나는 이쯤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쪽으로 불똥이 잘못 튈까 봐 기우에서 하는 이야기다. 한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두 영화제가 모두 울산에서 열리니, 이제는 두 영화제 모두 잘 좀 해 보자는 당부의 말이기도 하다.

홍영진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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