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의 폭발·화재 사고가 있기 전
하인리히법칙에 부합한 징후 수차례
철저한 원인 규명 없인 재발 악순환

▲ 신형욱 사회부장 겸 부국장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또 맞아 떨어진 것인가. 10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 온산공단의 S-OIL 폭발·화재 사고를 보면서 새삼 하인리히 법칙의 신통함(?)을 느끼게 된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보험회사의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했다. 그는 다양한 사고를 보면서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올 때 그 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또 그 전에 사고가 날 뻔한 징후가 300번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같은 통계학적인 규칙을 바탕으로 하인리히는 1931년 발간한 ‘산업재해 예방:과학적 접근’이란 책에서 ‘1:29:300’이란 하인리히 법칙을 소개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게 아니고 경미한 사고와 수많은 징후가 있은 후에 발생한다는 것.

실제 S-OIL의 폭발·화재 사고가 있기 전 울산공단 곳곳에서 각종 징후가 잇따랐다. 가스 누출도 잦았고, 공단 발로 느껴지는 악취와 플래어스택의 불기둥이 멀리 문수산에서도 보였다.

울산·온산국가산단에서 폭발·화재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5년 전이다. 2016년 2명, 2015년 6명, 2014년 5명, 2013년 3명, 2012년 2명 등 해마다 40~70건 가량의 폭발·화재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사망사고가 반복되자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관계 기관은 점검과 홍보 등을 강화했고, 기업들도 안전 관련 투자를 늘리면서 다소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화약고를 이고 사는 울산시민들로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울산지역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은 470개, 위험물 취급사업장은 7500개에 달한다. 특히 위험물질 지정수량의 3000배 이상을 만드는 대량 위험물질 제조소는 전국 262곳 중 60곳이나 있다. 조밀한 설비구조로 연쇄적인 폭발·화재의 위험도 안고 있다.

또 국가산단내 전체 지하배관 중 송유관과 화학관, 가스관이 60%에 가까운 2700㎞가 넘고, 이 가운데 10% 가량은 1990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 시설물이다. 지난 2014~2021년까지 국내 석유화학산업단지 사외배관 사고 28건 중 울산에서만 27건이 발생했다.

이런 불안함 때문인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적용대상 1호만은 피해야 한다며 극도로 몸을 사렸다. 하지만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그것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구조적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또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인재성 산업재해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음은 분명 문제다. 사고가 나면 인재 논란이 재연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삼중사중의 점검이 진행된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책과 처벌 그러나 이후에 또 판박이의 사고가 재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보건 관리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조차도 후진국형 중대재해가 발생하는게 현실이다. 더이상의 참혹한 희생을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중처법 시행으로 기업체는 처벌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신상구속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처벌보다 오히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 근원적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 기업은 실천적인 노력으로 안전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일터는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곳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기본부터 다시 챙기고 살펴야 할 때다. 모든 주체가 자신의 자리에서 고심하고 반성하며 문제가 무엇인지, 대책은 없는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천해야 한다. 여기엔 노사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만큼 최근 상황을 교훈삼아 철저히 반성하고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해 보인다.

신형욱 사회부장 겸 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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