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인수위 둘러싼 심상찮은 잡음
인사가 만사라는 고금의 진리를 새겨
새로운 시정의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 신형욱 사회부장 겸 부국장

“인수위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는 시정 방향을 얘기하는 자리여야 하는데 단순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 같다.”

한 자문위원이 지난 14일 김두겸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울산시로부터 두번째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인수위가 시정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가 정책제언을 하는 자리로 바뀐 듯하다. 당선인의 정책 비전이나 행정 철학을 공무원에 인식시키는 자리로도 비친다. 인수위가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시정 현안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제대로 된 현안 파악을 토대로 당선인이 공약 실천방안이나 비전 설정이 가능토록 해 취임 이후 공백없이 시정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게 제도의 취지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사실 민선 8기 인수위 구성의 면면이 발표 때부터 우려섞인 반응이 있었다. 인수위는 12명으로 구성되고 자문위원단 70여명과 시정미래기획단 8명도 함께 꾸려졌다. 인수위원들은 대부분 전직 국회의원이거나 국회의원 사무국 출신, 정치인·정당인들로 구성됐다.

김두겸 시장 당선인이 이전 인수위를 실무형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랐다. 행정의 전문성도 거의 엿보기 어렵다.

이에 김 당선인은 “실무에 밝은 공무원 중심의 인수위를 구성하려다가 정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초기 캠프 인사들을 중점 발탁하고 인원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당선인의 그간 정치 역경을 감안할 때 일견 수긍도 간다. 그는 남구청장 8년, 지방의원 12년 등 20년 동안 공직에 몸담았다. 하지만 이후 내리 8년을 정치 낭인으로 떠돌았다. 이번 시장 선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정치공백이란 핸디캡이 커보였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출마선언을 하고 현장을 누볐다. 그럼에도 당내 경선 통과를 점친 인사는 많지 않았다. 현역 국회의원 2명에 전직 국회부의장, 전직 3선 울산시장에 국회의원 경력까지 겸비한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란 듯이 예선을 넘어 결선까지 한달음에 내달려 시장에 당선됐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전략의 승리로 보인다. 이러한 힘겨운 과정에서 그의 곁을 지키고 지지해준 인물들이 시장직 인수위원들로 알려졌다. 김 당선인은 사석에서 12명의 인수위원에 대한 신뢰와 함께 민선8기를 같이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고 한다. 자연스레 이들이 민선8기 시정의 실세가 될 것이란 소문이 나온다. 인수위원 중에 경제부시장과 시장 비서실장 인물군도 거론되고 있다.

인정과 도리상 수긍이 간다. 인수위원들의 능력이나 자질을 평가절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110만여 울산시민의 수장으로서, 시정을 이끌어야 할 시장의 지위나 임무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생각하길 기대해 본다.

가까운 예로 민선 7기를 반추해보자. 송철호號는 4년 임기 시정 내내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무원사회나 그를 겪어본 시민들 대다수가 송 시장의 시정에 대한 열정과 충심에 호의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의외였다. 이같은 괴리를 속칭 캠코더(선거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중용한 인사적 요인에서 찾는 시각이 많았다. 결과론적이지만 기존 행정과의 불협화음에 시정철학에 대한 소통 부재 등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세계, 국내를 불문하고 누구나 인식하는 위기의 시기다. 울산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시정은 김 당선인에게 시행착오를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도 없어 보인다. 김 당선인은 스스로를 지방행정의 전문가라고 자랑한다. 남구청장 재직 때 일 잘하는 구청장이란 평가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크다.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이란 김 당선인의 슬로건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실세로 인식되고 있는 인사들의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신형욱 사회부장 겸 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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