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소수인 극렬 지지층 의식
비상식적 행위만 지속하는 여야
선거때 다수 국민들 외면받을 것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상식(common sense)이란 극히 자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깊은 고찰을 하지 않고도 받아들이는 지식을 의미한다. 그래서 상식에 맞는 행위를 하는 것이야 말로 공동체를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며, 상식에 벗어나면 지탄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요즘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너무도 흔해서 이제 도대체 상식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우리 정치 이야기다.

개인적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야당대표가 다수당의 힘을 빌려 자신에 대한 사법적 조치에 대항한다. 1심에서 범죄가 인정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장관은 여전히 자신의 떳떳함을 표출한다. 중립이어야 할 대통령실이 여당 대표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공동정권의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던 사람에 대한 인신공격이 거칠게 자행되고 있다. 모두 상식을 벗어나는 행위들이다. 상식파괴의 퇴행적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정치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정치의 상식파괴 뒤에는 극렬 지지층이 존재한다. 상식을 벗어나도 여전히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는 것을 활용하여 ‘비상식의 상식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정치의 최종 목표는 권력의 획득이고 이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일부에 불과한 적극적 지지자들만으로는 절대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극렬지지층과는 달리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는 다수의 시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규분포 곡선(normal distribution curve)을 떠올려 보자. 좌우 양쪽은 낮고 중간부분이 볼록하게 올라가 있는 종 모양을 하고 있다. 자연과 사회현상에서 비롯된 수많은 결과들은 그 값이 평균에 집중되어 있고 평균에서 멀어질수록 도수가 작아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방향으로 치우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중립적이고 평균적인 사고를 하는 국민들이 다수이다. 양극단에 속한 사람들은 맹렬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지만, 중립적 위치의 국민들은 평소에는 자신들의 의사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른바 잠재집단(potential group)이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니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판단은 선거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명한 정치가라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다수인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선거 승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양극단에 속한 집단의 지지만을 의식한 비상식적 행위들이 지속되고 있다. 야당은 대표를 지지하는 특정세력을 향한 메시지 관리에 주력하고, 여당은 대표선출 권한을 당원들에만 한정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소수 지지자들은 환호할지 모르지만 중간입장의 시민들은 고개를 젓는다. 양당 모두 말 없는 다수 중간집단의 지지획득은 포기한 것인가. 누구도 지지하지 않지만, 누구도 지지할 수 있는 중간적 잠재집단의 지지를 획득하는 정파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2030 유권자들을 포함한 이 스윙보터(swing voter)들은 어느 정파를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누구를 지지하는지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역이나 이념적 지향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상황과 이슈 또는 정책에 따라 자유롭게 표를 던지는 경향이 강하다. 무엇보다 상식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린다.

우리 정치는 선거승리라는 현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개인적 범죄행위는 개인적 차원에서 대응하고, 적어도 집권여당 대표 선거라면 국민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경쟁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매 선거마다 현명한 결정으로 정치세력들의 오판에 경종을 울린 경우가 많았다. 오만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정파들에게는 항상 철퇴를 가하는 투표결과를 보여주었다.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의 파티’들은 모두 내년 총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어떻게든 공천권만 쥐면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국민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 비상식이 상식을 이길 수는 없다.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행위를 되풀이하면 다수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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