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퇴직공무원·정치인 다수
업무에선 상·하 간 동맥경화 발생
여론과 세평을 되짚어봐야 할 시점

▲ 신형욱 부국장 겸 사회부장

“퇴직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자리 보전용인가. 경로당도 아니고….” 최근 울산시 한 출연기관 기관장 인사를 두고 주변 지인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데, “이렇게 사람이 없는가”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취임 9개월을 맞는 김두겸 시장의 시정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인사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 전임자들이 물러나지 않은 산하기관은 통폐합이라는 강수를 두어 정리해가는 중이다. 제도적 맹점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그 선택이 시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공평무사(公平無私)하고 적재적소(適材適所)여야 한다.

김 시장의 인사 방향은 인수위 시절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초기 캠프 인사들을 중점 발탁하고 인원도 최소화했다”면서 전직 국회의원이거나 국회의원 사무국 출신, 정치인·정당인, 퇴직공무원 등으로 인수위를 구성했다. 당선 직후 인수위를 실무형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달랐다.

취임 이후 인선도 인수위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를 벗어났다. 정무직과 산하기관장 등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엔 선거를 도운 정치인들과 퇴직 공무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딱히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김 시장의 인사를 민선 7기 캠코더(선거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와 다를게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세간의 평가는 결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직업 공무원)의 혼란이 겉으로 드러났던 민선 7기와는 달리 민선 8기에는 보이지 않는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달 ‘울산시장 지시사항 관리 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했다. 시장의 지시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점검함으로써 보다 책임 있는 시정 운영에 나서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감사관실 조사 의뢰나 징계 조치를 한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시장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런 지침이 왜 필요한지 수긍이 쉽지 않다. 장악력이 높다는 김 시장의 세평을 고려할 때 의외다. 김 시장이 한 현장방문 자리에서 내린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지침 제정의 이유인 듯하다. 당시 명확한 지시가 내려졌는지, 그 직원이 명확히 이해했는지 여부는 모를 일이다.

정부의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을 위한 새로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공모에 울산이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소식은 믿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울산시는 국토부의 모호한 공문을 탓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시정의 명운을 걸다시피한 것이 기업유치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에 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다. 반도체·미래차·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로봇 등 6대 첨단산업 중 상당수가 울산이 심혈을 기울이는 신성장동력과 겹친다. 읍소라도 해 가져와야 할 산단이다. 창조경제를 표방한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울산이 탄탄한 기반을 다져놨던 각종 미래산업이 지역간 균형발전이란 명목 아래 타 지역에 빼앗긴 뼈아픈 경험이 있는 울산인지라 더욱 그렇다. 울산시는 뒤늦게 중앙 부처 발신 공문을 의무적으로 국장급까지 보고토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책임행정’을 도외시하게 되지는 않을지 또 걱정이다.

김 시장은 취임 직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전국광역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서 만년 꼴찌 수준이던 민선 7기와 달리 잘한다는 긍정평가가 59.8%로 8개 특광역시 전국 1위, 전국평가 3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평가에선 62.7%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해 2월 평가에선 긍정평가가 55.2%까지 밀렸다. 김 시장의 6·3 지방선거 득표율 59.8%보다 4.6%P가 낮다. 주민생활만족도도 57.7%까지 떨어졌다. 여론을 되짚어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첫 월간업무보고회에서 직원들에게 “잘못된 길을 가거나 일방통행하면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 지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직업공무원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신형욱 부국장 겸 사회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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