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증가
물가 전망 등 고려해 24.7% 인상 요구
경영계, 열악한 중기 지불능력 감안
최저임금 동결·업종별 차등화 요구
노동자-소상공인 ‘을과 을’의 싸움
누가 이겨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
상호간의 이해를 통해 대화로 풀어야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비혼 단신근로자의 지난해 월평균 실태생계비가 241만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는 한국통계학회 보고를 인용하며 물가상승률 전망을 고려해 올해보다 24.7% 인상된 시급 1만2000원, 월급 250만8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임금 불평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지불능력을 감안한 최저임금의 동결과 업종별 차등화를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의 임금은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창출에 대한 근로자 기여에 따라 결정되므로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 속한 사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해야한다는 논리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코로나 이후 영업이익이 15.2% 감소했고, 대출액은 1000조원을 넘어서는 등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기에 더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인력감축은 물론 폐업에도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노사 양측의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을과 을의 싸움이 아닌지 왠지 모를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는 노동자와 팬데믹 위기를 겪으며 버텨낸 벼랑끝에 놓인 소상공인들 간의 싸움은 이겨도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져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할때, 노측이 주장하고 있는 비혼 단신근로자를 기혼에 자녀를 두고 있는 취약계층 근로자로 가정한다면 241만원의 생계비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것이다. 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고용구조에서는 영업이익 연 평균 상승률이 1.6%에 불과하고, 에너지 비용 인상, 치솟는 생산자물가지수 등을 소상공인들이 감내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최근 나 홀로 경영에 나서고 있는 사업체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소상공인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이나 요식업은 인건비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다. 인건비 이외에도 식재료, 전기·가스 등 공과금 등 모든 비용이 너무 많이 상승했으나, 음식가격의 인상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 업종은 임금이 급격히 올라가면 최소 인력을 활용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다 보니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뉴욕시가 처음으로 우버이츠나 도어대시 등의 온라인 플랫폼 음식배달원에 대한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12일부터 이들의 최저임금을 17.96달러로 정하고 앞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될 것이라 발표했다.

노동단체는 뉴욕시의 이번 조치가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음식배달원들의 생계와 복지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으나 소비자나 해당 기업의 입장은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플랫폼 노동자의 복지 확대를 위한 조치이지만 소비자로서는 인상된 임금에 대한 부담이 전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들은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배달원 고용을 감축하고 가격인상은 물론 소비자들의 플랫폼 이용도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중위 임금 대비 62%를 넘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또 다른 을인 자영업자에게 더욱 큰 어려움을 가져다 주는 것이 현실이다.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한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공방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을 도태하도록 둔다면 경제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업종만 남게 된다면 산업구조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반면 노동계의 주장처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은 업종은 낙인 효과를 받고 구인난에 더욱 시달리게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저임금근로자의 생계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차등 적용할 업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다. 만약 시행하더라도 업종별로 다른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는 것보다 차등 적용을 받는 업종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일정 비율을 감액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시기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지난 12일 대한경영학회 고용정책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노사 공익위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 것처럼 상반기에 임금 관련 통계를 촘촘하게 조사하고, 9~10월 집중 논의한 후 11월 국회 예산심의 일정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사회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최저임금 심의는 8월5일 정부고시 기간에 맞춰 6월 한달간 집중논의하고 7월15일 전에 결정해야한다. 특히 심의기준인 임금노동통계를 전년도 수치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실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해의 경제상황과는 다소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임금 불평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포함한 근로시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국민으로서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 노동자와 고용의 81%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며, 이는 열린 대화의 자세와 상호간의 이해에서 시작될 수 있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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