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기한 3주 넘겨 110일만에 결론
올해보다 240원, 2.5% 인상된 금액
209시간 근로땐 월급여 206만740원
노사 모두 반발…승자 없는 악순환
노사 힘겨루기 사회적 갈등만 야기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목소리도

▲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지난 19일 새벽 결정했다. 올해보다 2.5% 인상된 240원이 오른 금액이다.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추산할 경우 월 급여는 206만740원이 된다. 2018년과 19년에는 두 자릿 수로 큰 폭으로 뛰었다가 최근 5년 동안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법정 기한을 3주나 넘기며 역대 최장인 110일 만에 결론이 났는데, 공익위원이 중재에 나서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1만원을 두고 양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경영계의 10차 수정안이 표결을 거친 끝에 채택됐지만,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에서도 이번 확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사가 합의가 아닌 극한의 대치만 이어오면서 결과적으로 승자가 없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경영계측인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로 고용을 유지하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에서 추산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한 물가 상승률 3.4%를 고려했을 때, 노동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 추정치를 고려하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집안 살림은 마이너스가 날 수밖에 없는 상항이다. 한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사용자 입장에서는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이미 최저임금 수준이 40시간 근로시 117% 수준인 1만1832원으로 상당히 올랐다는 것이다. 주 15시간을 근무했을 경우에는 1만1544원을 수령하게 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만 갖고 한 달을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통계학 5월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평균 241만원 선이며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면 1만1537원으로 1인 가구 기준으로도 최저임금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2022년 발표한 최저임금위원회 조사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2.48명이며, 그에 따라 계산한 가구 생계비는 월 248만원이라고 발표한 바가 있다. 특히 최근 공공요금인 난방비, 전기요금, 수돗세, 대중교통이 상승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삶은 녹녹치 않을 것이다.

반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원재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저임금도 오른 셈이 되어 직원 인건비 감당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올 1분기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 1000조를 돌파한 뒤 매 분기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연체율도 2%대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없는 나홀로 사장은 426만 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보다 3배 많은 수치이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5월 기준 폐업 공제금 지급은 4만8000여 건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50% 정도 증가한 수치로 그만큼 폐업에 내몰린 소상공인도 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홀로 일하거나 키오스크로 대체하거나, 아예 문 닫는 업체까지 늘어나면 당연히 청년, 여성 등이 선호하는 서비스업종에 대한 일자리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22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275만6000명으로 최저임금 미지급 비율은 2020년 15.6%에서 2022년 12.7%로 줄었지만 업종별, 규모별로는 여전히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림어업은 36%, 숙박이나 음식점업은 31% 등이 미지급된 것으로 보고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지급 규모는 30%에 이른다.

한편 최저임금 논의에 포함조차 안되는 노동자들도 여전히 많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은 2020년 663만 명에서 2022년 668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제도 밖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실제 정부가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시급은 7300원 수준이었으며 노동계는 적정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선 제대로된 논의조차 못했다.

노사 모두가 공통 받고 있는 이들의 절규를 외면한 처사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결정 구조 변경과 최임위의 독립성을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부터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 건 7번 뿐이었으며, 이제는 을과 을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 매번 최저임금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노사간 힘겨루기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경총은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해 온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의 제도개선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위원의 동결,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으로 최임위의 자율성과 독립성,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사가 공통으로 문제시하는 부분은 결정 기준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소비, 소득, 임금 관련 대부분의 지표들이 추산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지난 2년간은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취업자증가율 등을 고려해 임금수준을 결정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제도 전반의 개선을 노사 양측이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일반 노동자나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할 것이며,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는 생산성과 사업주의 지불능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결정 시기에 대한 조정도 필요한데, 노사 공익위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 것처럼 상반기 임금 관련 통계를 촘촘하게 조사하고,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 근로자와 고용의 81%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기업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내년에는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고 을과 을의 전쟁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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