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못벗어나면 지리적한계 고착화
총선앞두고 정치 쟁점화땐 진퇴양난
병원부지 제공 등 울산시 결단 절실

▲ 신형욱 부국장 겸 정경부장

울산대학교병원이 제2병원 건립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제2병원 건립을 위한 경영진단이 진행 중으로, 조감도 가안까지 나온 상태다. 경영진단 결과 타당성이 확보되면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착공한다는 구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500병상 이상 규모로 2500억~3000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열악한 의료현실의 울산으로선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입지다. 울산대병원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현재 병원에 인접한 한마음회관 옆 체육시설과 인근 야산에 제2병원 건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캠퍼스를 현재 병원 인근 건물에 조성 계획이어서 기존 울산대병원을 중심으로 집적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울산대 의대 캠퍼스에 이어 제2 울대병원까지 현 계획대로 건립된다면 울산대학교병원이 동구를 벗어나 시내 중심가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다. 울산대 의대와 대학병원이 영원히 동구라는 지리적 한계에 갇히게 되는 셈이다. 동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울산 전체로 봤을때 적정한 지 여부는 의문이다.

오래 전부터 시민들은 대학병원이 도심이 아닌 동구에 자리하면서 접근성 등에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보니 울산 도심권이나 울주지역민들은 인근 울산이 아닌 타 지역의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은 내심 대학병원이 남구나 울주군 등지에 신설되면 지역의료 환경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해왔다.

26년 전에도 울산대병원이 시내 중심가로 나올 기회는 있었다. 1997년 해성병원에서 울산대학교병원으로 바뀔 때 남구와 울주군 등지에 부지를 물색했으나 울산시의 협조를 얻지 못해 결국 동구에 있는 해성병원을 증축해서 1999년 울산대학교병원을 개원했다. 구체적으로 부지까지 거론되기도 했지만 사립대 병원부지를 왜 시가 제공하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대학병원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지역 의료환경 개선과 연동될 지역 발전의 크나큰 혜택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지역의 중요한 의료자산이자 지역 발전의 주요 동력이다. 사립대학 부속병원이라 해도 이미 공공재로 인식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감염병 사태 때도 그랬듯이 공공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왔다.

울산의 열악한 의료현실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탈울산의 한 요인에 의료시설 미흡이 늘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제2 울대병원이 부지가 확정되기 전에 울산시 차원의 전략적이고 의료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울산대병원이 지역 의료수준을 몇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온 사실은 새삼 거론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더욱이 바이오헬스 분야는 울산의 대표적 미래산업이다. 스마트헬스케어의 선두주자인 UNIST에 의과학원이 설립됐고, 울산대 의대와 공동으로 의과학자 양성에 나서고 있다. 국립산재전문공공병원도 공사에 들어갔다. 동구에 있는 울산대병원만 제외하고 이들 기관들이 모두 범서읍과 무거동에 모여 있다. 굴화지구 또는 선바위지구에 연구와 진료는 물론 바이오산업을 포함한 복합의료단지를 구축하면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다. 제2 울대병원 건립으로 울산의 의료환경 개선뿐 아니라 울산대 의대와 UNIST가 협력해 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한다면 의료와 의과학, 의료산업 등 울산의 미래먹거리 마련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울산의 여건상 제2 울대병원이 동구에 착공하면 도심에 당분간 대학병원급 병원을 유치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자칫 제2 울대병원이 정치 쟁점화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물론 시 입장에서는 사학 재단에 병원 부지를 제공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두겸 시장은 시민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에 특혜도 줄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제2 울대병원은 종업원수 2000여명 규모로 웬만한 제조업을 능가하는 고용창출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울산 도심권 상급종합병원 건립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공약이기도 했다. 당시 김 시장도 이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울산시와 울산대병원, 지역 사회 전체가 울산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 절실해 보이는 시점이다.

신형욱 부국장 겸 정경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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