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첫 집권당 당대표 배출에 기대감
강서보선 참패로 울산 총선 지각변동
김기현 대표직 사퇴후 행보도 아쉬움

▲ 신형욱 정경부장 겸 부국장

내년 4월 총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정당에서 혁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와닿지 않고 체감도 되지 않는다. 정치 뉴스의 홍수 속에 피로감이 쌓여만 가고 정치적 무관심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를 보는 울산시민들은 불편함이 더욱 커보인다. 21대 국회 후반, 울산 정치권은 변방에서 일약 중심부로 떠올랐다. 울산은 전국 253개 선거구 중 6개의 미니 선거구로, 세종, 제주 다음으로 적다. 그런 울산의 남을이 지역구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 3월 집권 여당의 당 대표라는 중책을 맡았다. 거기에 중구가 지역구인 박성민 의원이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아 대통령실과 당과의 가교 역할까지 하면서 울산의 중앙정치 외연 확대에 기대가 컸고 도움이 됐다.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 등 굵직굵직한 울산 미래 성장 프로젝트와 국비 확보 등에도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의 후폭풍이 울산에 직격탄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보선에 올인하면서 김 대표를 배출한 울산의 시·군·구 의원은 물론 당협 관계자들도 마치 울산 지방선거 때처럼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참패로 결과가 드러나면서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김 대표에 대한 퇴진 압박도 일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지탱해 오던 김 대표도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당 지도부·친윤·영남권 중진 등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라는 희생 요구의 여파로 결국 중도 하차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김기현 전 대표에게 대표직은 유지하되, 불출마하는 게 어떻겠냐는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고, 김 전 대표가 이와 반대의 선택을 하면서 이런저런 해석이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지역 정가도 적지 않은 파문이 일었다. 김 전 대표의 지역구 남을 출마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서동욱 남구청장이 사실상 남갑 출마를 예고하고 남구의회에 사임의사까지 통보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김 전 대표가 연쇄적 보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만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남구청장 보선에 대비하던 같은 당 시의원 등 일부 인사는 물론 야권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급기야 불출마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김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SNS로 던지면서 지역 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는 분위기다. 허탈해 하는 목소리와 함께 김 전 대표를 모시던(?) 측근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후에도 김 전 대표와 연락조차 되지 않자 부모가 자식을 내팽겨친다는 울분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울산으로선 당 대표 김기현의 무게감이 무엇보다 컸던 올 한해다.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결국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것이란 동정도 있지만 아쉽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남을에 출마, 선수를 늘려 여의도에 재입성해 새로운 역할을 맡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울산의 지지자들은 물론 유권자들을 얼마나 배려했는지도 아쉬운 부분이다.

김 전 대표가 2014년 민선 6기 울산시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울산시청 출입기자였던 필자는 그의 꿈을 물었다. 그는 “정치인은 꿈을 가져야 한다”며 대권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았다. 이전 당 정책위의장까지 지냈던 그는 이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 민선 7기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긴 했지만 21대 총선에서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거쳐 집권당의 당 대표까지 거머쥐는 뚝심까지 보였다. 울산시민들의 김기현에 대한 기대감은 컸고, 또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비쳐지고 있는 그의 행보에는 정치공학적 모습만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적인 정치인 배출이 여의치않았던 울산에서 김 전 대표의 성과는 분명히 인정받아야 한다. 또다시 울산에서 지역을 초월한 전국적인 인물이 등장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김기현 전 대표의 행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고금을 막론하고 유권자들은 과감히 자기혁신을 도모하는 정치인을 원했고, 지지를 보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의 말이 머리를 맴돈다. “유권자들의 신의를 잃어버렸는데 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신형욱 정경부장 겸 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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