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의 우리말은 ‘오얏’으로 자두꽃은 ‘오얏꽃’이라고도 불린다. ‘자두’라는 이름은 ‘진한 보라색, 복숭아를 닮은 열매’라는 뜻으로 부르던 ‘자도(紫桃)’가 변한 것이다. 4월에 꽃이 피고 7월에 열매를 맺는다. 자두나무는 <시경>에서 “주나라에서는 매화와 오얏을 꽃나무의 으뜸으로 쳤다”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귀한 나무였다. 보통 ‘도리화(桃李花)’라고 하여 복숭아꽃과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자두꽃은 봄 풍경을 노래하는 작품에서 복숭아꽃과 함께 언급된다. 이는 두 꽃이 피는 시기가 거의 같고, 하얗고 작은 꽃잎이 무성하게 나무를 뒤덮는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기>에 나온 “복숭아와 오얏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고사도 한 역할을 하였다. 복숭아와 자두는 열매가 맛이 있어 따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덕행 있는 사람은 말이 없어도 남을 심복시킴을 비유한 말이다.
봄 깊은 골목에 지나가는 사람 적은데
복숭아꽃 자두꽃 피었다 떨어지는 것도 많다.
지난해 그 정자 위에 앉았던 일 떠올리니
한 주렴 성긴 비에 술이 물결처럼 이는구나.
春深門巷少經過(춘심문항소경과)
桃李花開落又多(도리화개락우다)
記得去年亭上坐(기득거년정상좌)
一簾疏雨酒生波(일렴소우주생파)
고려 시대 문인 이색(李穡, 1328~1396)이 지은 ‘동정에게 부치다(奇東亭)>’(<동문선> 권22)라는 작품이다. ‘동정’은 일찍이 이색에게 글을 배웠던 염흥방(廉興邦)의 호인데, 염흥방은 이색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친밀한 벗이기도 하였다.
봄에 꽃이 피면 전통시대 시인들에게 가장 떠오르는 것은 역시나 술과 친구였다. 거기에 비까지 오는 날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소슬하게 내리는 봄비에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년에 마음이 맞는 벗과 함께 꽃비 내리던 정자에 앉아 함께 마시던 술이 어찌 절로 떠오르지 않을까.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