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울산에 태어나 20년을 살았는데, 내가 왜 울산 지역인재가 아니야?”

최근 고향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수도권 대학을 다니는 한 친구가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선택지로 ‘공기업’을 한 번씩은 생각해본 다른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에 조성된 10개 혁신도시로 150여개 공공기관이 이전한지 10여년이 지났다. 각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역 상생 발전의 일환으로 ‘지역인재 채용’ 의무를 지게 됐다. 해마다 지역인재 의무 채용의 비율은 늘어났고, 현재는 30%까지 그 비율이 올랐다. 울산혁신도시 이전 공공기업 역시 매년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을 충족하는 노력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의무 채용에 해당되는 ‘지역인재’가 해당 지역 대학의 재학생이나 졸업생으로 한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울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수도권 등 타지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울산혁신도시 지역인재 의무 채용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초기에는 이같은 한정된 ‘지역인재’의 개념이 지역 선순환 구조 확립과 함께 당면한 ‘지방대학 소멸’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방대학 소멸’에서 이젠 ‘청년 소멸’의 시대로 접어들자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살다가 타지의 대학으로 진학한 청년들 사이에서 ‘역차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울산의 경우 지역거점 국립대학교가 없고, 4년제 대학도 2곳 밖에 없다. 대학 선택의 폭이 적다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타지 대학으로 진학한 청년들의 이같은 불만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역인재 개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일자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청년들이 살 터전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지가 일자리인 만큼, 이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것이다.

청년 탈울산의 문제에 직면한 현재, 타지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울산 고향 친구들은 울산을 꼭 떠나고 싶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과 부모님이 있는 울산에 취업만 할 수 있다면 다시 내려와 살고 싶다고 말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다시 고향에 취업하면 진짜 지역인재 아냐? 나도 정말 울산에서 살고 싶은데”라던 친구들의 말이 기억난다.

각종 일자리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지자체가 뜻을 모아 지역인재의 개념을 확대해 지역 청년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시점은 아닌지 생각이 깊어진다. 전국 지자체가 인구 확보 싸움에 들어선 만큼 ‘지역인재’란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email protected]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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