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급으로 세계시장서 급성장
음악의 다양성 부족·외모지상주의 등
부정적 부분 성찰해 호감도 개선해야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BBC는 2021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OED’가 한국어 단어 26개를 새로 실었다고 보도했다. hallyu(한류), K-drama(K-드라마), manhwa(만화), mukbang(먹방) 등이다. 성장하는 한국 고유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인의 언어와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보거나 ‘버터’ 또는 ‘다이너마이트’같은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을 듣는 등 한 번쯤은 한국 문화를 접해 본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BTS의 사진을 표제 밑에 실었다.

한국은 문화예술 저작권 무역수지 부문에서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2020년에 들어서 사상 최초로 1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한국은행). 한국이 경제강국을 바탕으로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변곡점이 된 것이다. OED는 Hallyu를 ‘한국의 음악, 영화, TV, 패션, 음식 등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한국과 대중문화에 관한 국제적 관심 증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외환위기라는 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한 한국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영상물에서 달달한 ‘겨울연가’(2003)와 사극 성장드라마 ‘대장금’(2004)을 탄생시켰다. 최근에는 블랙코미디 ‘기생충’(2019)과 생존드라마 ‘오징어게임’(2021)을 제작하여 세계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한류(韓流; Korean Wave)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최근 K-drama에 못지않게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한 한류 부문이 K-pop 음악이다. 2010년 이후, 아이돌 중심의 K-pop으로 분야가 확장되면서 한류는 세계화의 단계로 진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 결과 보고는 한류와 케이팝의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 방향을 보여준다.

첫째, ‘한국’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는 7년 연속 ‘K-pop’(17.2%)이었다. 둘째, 가장 선호하는 가수는 ‘방탄소년단’ (29.1%)과 ‘블랙핑크’(13.1%)이었다. 다른 가수는 2% 내외에 머물러 특정 가수로의 쏠림현상을 보였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군대 복무 등으로 휴식기에 들어간 2024년 지금, 남성그룹 부문에서 ‘세븐틴’의 활약은 괄목할 만하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2023년 글로벌 앨범 차트’에서 ‘세븐틴’의 미니 10집 ‘FML’이 1위를 차지하여,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됐다. 미국 음악산업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컨트리음악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Swift)의 음반 ‘미드나이츠’(4위)도 제쳤다. 또한 지난 6월 말 ‘세븐틴’은 K-pop 그룹 최초로 세계적인 영국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의 메인 피라미드 스테이지에 초대되어 K-pop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들은 섬세한 안무와 매력적인 팝 멜로디를 선보이며 열렬한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K-pop의 지속 성장과 미래 성공을 위해서는 세계인의 K-pop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호감도 감소에 대한 지적을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 경험자의 32.6%가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었다. 부정적 인식 이유는 콘텐츠의 ‘자극성/선정성’ ‘획일성/식상함’ ‘상업성’ 순이다.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첫째, 아이돌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가요계를 점령하면서 아이돌 중심의 장르 편중이 심해져서 음악의 다양성 확보가 시급하다. 둘째, 노동환경 측면에서 미성년자 노동과 살인적 스케줄 등 불공정 계약이 만연해 있다. 셋째, 외모지상주의와 특히 여성그룹의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등이다. 넷째, 10대 팬덤의존형 수익구조로 과도하게 구입하고 버려지는 앨범과 용품으로 환경 공해를 일으킨다는 점 등이다.

K-pop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한국 사회 전체 구성원의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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