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요즘 가장 큰 이슈는 무더위와 올림픽인 듯하다. 올림픽은 스포츠에서 가장 큰 무대인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해 땀과 눈물의 결실을 선보인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승리의 순간도, 아쉬운 패배의 순간도 고스란히 전달돼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금메달 소식에 기뻐하다가도 기대했던 종목의 16강, 32강 탈락 소식에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16강 탈락이라고 해도 세계에서 20위권 안에 든다는 것인데 사실 이 결과도 엄청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만큼이나 노력했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수많은 선수는 또 얼마나 많은가. 땀의 무게와 감동의 정도는 숫자로 계량할 수 없으며 무대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만도 아닐 텐데 말이다. 예술의 영역 또한 마찬가지이다. 거대한 전시장이나 공연장, 또는 작은 무대에서의 예술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다르지 않다.

최근 방문한 공연장이나 연습실 등의 예술 현장에서 경험했던 긍정적 에너지가 있었다. 7월 말 해외 교포 친구 가족들이 울산으로 여행 왔을 때 마침 전문예술단체 내드름연희단 공연이 있었다. 본 공연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정작 외국에서 온 그들이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장면은 공연장 밖의 앙코르 무대였다. 내드름연희단의 전매특허 앙코르 무대라고도 할 수 있는 공연장 밖 공연은 관객과 연주자들이 하나 돼 춤추고 박수치고 함께 호흡하는 순간을 만들어 준다. 규모나 환경과는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모두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연주자와 인사를 나누며 그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어깨에 걸쳐진 몇 겹의 의상은 방금 물에 담갔다 꺼낸 것처럼 땀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땀으로 만들어진 무대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그즈음 사진 촬영차 갔던 야외공연장과 연극 연습이 한창이던 소극장 방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분 남짓한 거리공연을 위해 하루 종일 뜨거운 햇볕과 씨름하는 예술인들, 조명의 열기에 더위가 가시지 않는 작은 무대 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청년 연극인들, 이들을 지지하며 함께 땀 흘리는 동료 예술인들과 그 예술의 순간을 즐겁게 향유하는 시민들에게도 순위나 무대의 규모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촬영 일을 하러 갔을 뿐인데 사진 안에 그들을 응원하는 사심이 가득 담기기 시작했다.

우리의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들은 문화, 예술, 체육이 아닐까? 인간의 삶을 더욱 인간답게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다. 모두가 금메달리스트일 수는 없고, 모두가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일 수는 없다. 무대의 크기, 순위, 등급에 따라 땀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금메달리스트는 물론,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없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무대와 소중한 노력에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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