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

현대의 도시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넘어, 고유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가진 유기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색채는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고 세계 주요 도시들은 차별화된 색채 전략을 통해 도시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빛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유젠 오스만(1853~1870년, 17년간 파리 시장)의 도시 계획 이후 통일된 크림색 건물 외관을 유지해 왔다. 이 고명도 저채도의 노란색은 파리의 우아함과 역사를 상징하며, 황금빛 조명과 조화를 이루어 로맨틱하고 고급스러운 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 이후 오스만 양식 건축물의 크림색과 파스텔 톤을 보존하면서, 공공 시설물과 거리 예술을 통해 생동감있는 색채를 도입하여 도시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잠들지 않는 도시’ 미국 뉴욕은 맨해튼의 회색 빌딩 숲, 브루클린의 붉은 벽돌, 할렘의 다채로운 벽화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뉴욕은 역동적이고 다문화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색채를 통해 도시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뉴욕 바이 디자인(NYCxDESIGN)’ 행사를 통해 도시 곳곳에 팝업 컬러 설치물을 설치하여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일본 도쿄는 전통과 현대의 색채 조화가 잘 어우러진 대표적인 도시다. 고층 빌딩의 차가운 유리색과 시부야, 신주쿠 같은 번화가의 화려한 네온사인은 도쿄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색채 과잉에 대한 반성으로, 전통적인 일본의 색채 감각을 되살리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아사쿠사나 우에노 같은 전통 지역에서는 차분한 톤의 색채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도시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의 도시들은 각자의 역사, 문화, 환경을 반영한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 전략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성공적인 도시 색채 전략을 위해서는 도시의 전통과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도시의 발전과 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색채, 기능적이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색채 그리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색채 시스템이 필요하다. 도시 색채 전략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 경쟁력, 시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펼치는 색채 경쟁은 결국 더 나은 삶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새로 만드는 위대한 도시’ 울산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 글로벌 트렌드와 미래의 비전을 반영하는 차별화된 도시색채 전략이 필요하다.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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