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전인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종합병원이라고 해봐야 동강병원과 해성병원(현 울산대병교병원) 두 곳 정도 밖에 없었다. 이 중 해성병원은 현대중공업 산재 근로자 등을 위해 설립된 병원으로 위치도 동구여서 시내권 사람들은 교통 문제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울산의 종합병원은 동강병원 한 곳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에 종합병원 인프라는 극히 부족한 셈이었다.

그러다가 광역시 승격 이후 울산병원과 울산중앙병원, 울산시티병원 등이 차례로 개원하며 울산에는 현재 상급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을 비롯해 약 10곳의 종합병원이 운영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열악했던 울산 의료 인프라가 광역시 승격 이후 상당히 개선된 것이다. 여기에 굴화 태화강변에 짓고 있는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도 2026년 문을 열 예정이다.

그렇지만 울산의 의료 인프라는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대전 등 여타 광역시에 비해서 여전히 부족하고 열악한 게 현실이다. 2022년 기준 울산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는 97곳으로 17개 광역 지자체 중 15위에 그치고 있으며, 그마저도 공공 의료기관은 1곳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공공 의료기관 병상 수도 0.4개로 전국 최하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역시 2.5명으로 전국 평균인 3.2명보다 낮은 것은 물론, 17개 시도 중 13위, 특·광역시 중에는 꼴찌다.

수치적으로 드러난 것 외에도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의료 인프라와 의료 서비스는 더 부족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불만이 높은 게 소아 의료 분야다. 울산에는 아동 전문병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소아과 의원 마저 줄어들고 있어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특히 최근 수족구, 백일해 등 감염병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재유행하면서 울산의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개원 시간에 맞춰 대기를 서는 ‘소아과 오픈런’은 흔한 풍경이 됐다. 심지어 밤에는 감염병 관련 심야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부산 기장군 정관 등 타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에도 올해 초 울주군 천상리에 ‘달빛어린이병원’이 첫 지정돼 운영에 들어갔지만 수요를 못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상반기 운영실태 점검결과 4개월간 아동·청소년 총 2608명이 찾았는데, 월평균 652명이 찾은 셈이다. 이처럼 수요는 많지만 ‘달빛’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심야진료는 불가능한데다, 주말에도 보건복지부 최소 운영시간 지침을 겨우 맞추는 형편이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운영시간과 요일 확대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의료진 수급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이 계속되는 인구 유출을 막고 지속적으로 광역시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교통 인프라 문제 등 여러 시급한 현안이 있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도 그 중 하나이며, 달빛어린병원 확대 등 작은 것부터 개선하고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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