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도시 표방하며 다양한 사업 추진
마구잡이식 시도보다는 컨셉 잡아야
일시이벤트로 끝나지않고 지속 가능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단체장의 처지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보여주기 식’ 행사나 다양한 이벤트도 필요하다. 별 것 아닌 것도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굉장한 업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일종의 정치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곤란하다.

태화루 옆에 설치될 스카이워크가 곧 착공된다고 한다. 불과 십여 미터에 불과한 절벽에, 게다가 바로 옆에는 고풍스런 태화루가 우뚝 자리하고 있는데 이렇게 거창한 구조물이 들어서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태화루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것이 더 운치 있는 경험 아닐까. 만일 진주 촉석루나 밀양 영남루 옆에도 이런 시설을 설치하려 한다면 그곳 시민들은 순순히 받아들일까.

울산시청 마당에는 느닷없이 논이 조성되었다. 시장과 간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여기서 거둘 쌀을 ‘청렴미’로 이름 붙였다. 시민들에게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리고 공무원들의 청렴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지역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런 이벤트로 청렴도가 상승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벤트는 해외에서도 이뤄진다. 시장이 일본을 방문하여 파크골프장에서 스윙하는 사진이 보도되었다. 울산에 들어설 파크골프장을 위해 담당국장도 아니고 시장이 직접 현지를 찾아 티샷을 해 봐야 할까. 또 삿포로 인근 에스콘 필드를 방문해서는 야구장 내에 있는 호텔을 보고 울산 야구장에도 유스호스텔을 짓겠다고 발표하였다. 에스콘 필드에 있는 호텔은 여기 소속이었던 오타니의 등번호를 따서 11타워라고 부른다. 최첨단 개폐식 구장과 오타니라고 하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선수의 후광을 업고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천연온천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도 시설이 열악하여 경기하기를 꺼린다는 울산야구장에 유스호스텔을 건설·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울산시는 ‘꿀잼도시’를 표방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것도 크게 보면 이런 범주에 포함되는 사업들이다. 그런데 꿀잼도시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재미를 줄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컨셉이 필요하다. 예컨대 도쿄의 경우 슬로건이 ‘과거가 현재를 만나다’(Old meets New)이다. 첨단 빌딩이 즐비하지만 그 속에 오래된 절이나 신사, 공원 등이 공존하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구잡이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도시 곳곳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이벤트를 벌인다고 해서 도시의 재미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설치한 구조물이나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해서 울산에도 그대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접근이다. 물론 일시적 이벤트로 반짝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선 ‘꿀잼도시’의 컨셉(concept)을 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예컨대 공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의 혁신적 변화, 울산의 역사성, 구도심과 신도시의 조화 등 큰 틀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향을 잡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벤치마킹 또는 정책이전(policy transfer) 활동을 하기 전에 먼저 ‘재미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토대 없이 즉흥적인 아이디어나 다른 지역에서 본 괜찮다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모아서 여기저기 설치하면 결국 아무런 테마도 없는 ‘잡동사니’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혈세 낭비는 물론이고 도시의 이미지와 지속가능성은 현저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시장만 되면 태화강에 이런저런 시설물을 설치하고 싶어 한다. 전 시장은 짚 라인, 현 시장은 스카이워크다. 하지만 태화강의 본질적 가치는 푸른 대나무 숲과 너른 광장,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태화강 물줄기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여름의 조정경기는 태화강을 ‘재미있게’ 만든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맑은 태화강에서 울산의 젊은이들이 세계 유수대학 학생들과 어울리는 역동적인 모습, 바로 울산의 미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거창한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이벤트 시정’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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