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지구온난화로 여름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다지만, 올여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여름철 부·울·경 기후특성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열대야 일수는 평년보다 13.7일 많고, 평년 수준의 2.7배에 달하는 20.2일로 역대 최고의 더운 밤이 나타났다. 폭염일수는 평년보다 15.5일 많은 27.9일로 기상관측 이래 세 번째로 더운 낮더위 일수를 기록했지만, 평균기온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25.9℃로 평년보다 1.8℃ 높은 가장 뜨거운 열기였다.

이 열기는 9월 중순을 향하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8월 말 폭염주의보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면서 이대로 가을이 오나 싶었지만, 지난 8일 다시 폭염특보가 전국으로 확대 발령되면서 10일 오후 4시 이후 특보 발령구역의 91%에 다시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특히 많은 지역으로 최고 체감 더위가 35℃를 웃도는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폭염경보로 확대 강화된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더운 걸까? 역대급 폭염의 기록에는 1994년과 2018년, 그리고 올해가 손꼽힌다. 공통점은 우리나라가 상층과 중층, 하층의 상공을 가득 메운 ‘열 기둥’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중첩고기압, 이중고기압, 열돔 등 다양한 표현이 등장했는데, 모두 같은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북태평양에 중심을 둔 덥고 습한 고기압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중하층을 뒤덮는 것은 여느 여름에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여기에 해발고도 6000m의 고지에서 발달한 덥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의 열기가 우리나라 상층으로 확장하며 더운 공기를 추가로 밀어 넣고 있다는 특징이 다른 점이다. 여기에 더해 바다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덥고 습한 남풍 계열의 열기가 폭염의 기록을 계속해서 새롭게 쓰고 있다.

이제 가을 태풍의 시기가 찾아왔다. 올해는 13개의 태풍이 발생해 북상하며 북서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될 11호 태풍 야기가 필리핀을 거쳐, 중국 남부, 베트남에 상륙하며 수백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도시를 초토화했다. 다행히 거대한 더운 공기가 우리나라에 버티고 있는 덕분에(?) 태풍의 피해는 비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이후 발생하는 태풍의 경로이다. 지금 바다는 가장 뜨거운 한여름의 성수기를 맞은 가운데, 바다의 뜨거운 열과 수증기를 연료 삼아 발달하는 태풍의 씨앗(열대요란)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일 괌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올해 13호 태풍 버빙카가 16일 남중국해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이어 14호 태풍 풀라산의 발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점점 강력해지는 태풍을 언제까지 폭염방패가 막아줄 것인가. 그렇다고 폭염방패가 9월까지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은 더 나은 일인가? 그 어떤 선택도 쉽지 않은 9월의 이상한 날씨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 폭염과 태풍의 변수로 날씨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더 자주 기상정보를 들여다봐야겠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