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우 본보 제22기 독자권익위원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올해는 유독 뜨거운 여름 날씨가 찾아왔다. 거창한 여름 휴가 계획보다는 짧은 시간을 내어 한적한 시골로 떠나 가족들과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내 마음 속 제 2의 고향, 처가인 합천군을 방문했다. 처의 고향이라 익숙한 지역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정이 가는 것이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과 딸에게 사회생활의 조언도 건네고 오랜만에 푸근한 휴가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런 저런 고민을 어깨에 지고 귀가하니 따뜻한 저녁상이 차려져있었다. 짧은 휴가를 다녀온 제 2의 고향 합천에 고향사랑기부를 하고 온 답례품으로 아내가 차려놓은 저녁상이었다. 바쁜 일상에 잊고 있었던 고향에 대한 기억과 짧은 휴가로 얻은 여유가 문득 찾아와 고향에서 온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2023년 1월,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지역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 도입되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는 거주지 외 고향이나 특별히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500만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며, 기부자는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금액은 16.5%의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 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수납 받은 기부금으로 재정적 자립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용 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시스템 및 방향을 정했다. 시행 2년차를 맞은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의 현 위치는 어디에 와 있을까.

2023년 고향사랑기부금 접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부 건수는 53만 여건, 총 기부금액은 650억에 그쳤다.

10만원 기부하면 10만원은 세액공제로 돌려받고 3만원 상당의 해당 지역의 답례품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혜택을 우리 국민들은 왜 놓치고 있을까.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이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구태여 검색해서 찾아보지 않으면 접하기가 쉽지 않다.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각 지자체에서 행사를 가진 후 보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혜택을 알리는 데는 부족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초기 도입 단계에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제한적인 홍보만 가능했던 제도를 완화하여 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모금 홍보가 가능해졌지만,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대중매체 및 SNS를 이용하여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적극 알리고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고향사랑기부금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지자체 뿐만 아니라 특정 사업에 기부할 수 있는 ‘지정기부제’가 도입되어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고 고향사랑기부금의 누리집인 ‘고향사랑e음’에 접속해보면 도입 초기 단계보다는 각 지역의 다양한 관광서비스, 농축산물, 수산물 등이 다양한 답례품들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어 기부자들의 높은 관심을 충분히 끌만하다. 지역 언론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홍보를 한다면 지역 곳곳의 기부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터넷을 통한 기부도 가능하지만 전국 농협은행 및 농·축협 영업점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을 수납 받고 있어 농협 전 직원이 고향사랑기부제 전문가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궁금증은 농협에서 해결 가능하며, 고향사랑기부자에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예금도 가입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를 찾아 그곳의 특산품을 수확하고 요리하는 ‘언니네 산지직송’이라는 힐링 프로그램이 자체 최고 시청률 7.6%를 기록했다고 한다.

중국 진(晉)나라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처럼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올 가을 나만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기부도 하고 고향으로부터 온 답례품도 받아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영우 본보 제22기 독자권익위원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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