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권 사회문화부 기자

좋지 못한 잔디 상태로 연일 도마에 오른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이 결국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경고’를 받는 불명예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결정타는 지난 18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AFC 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 울산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의 경기에서 나왔다.

당시 경기에서 군데군데 파여있는 ‘논두렁 잔디’ 탓에 선수들은 패스, 드리블 등 기본적인 플레이조차 어려워했다. 결국 부상자도 발생했다.

경기 전부터 제기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울산 선수단은 물론 일본 선수단까지 문수축구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지적하는 등 볼멘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AFC는 경고장을 통해 나쁜 잔디 상태가 지속될 경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아시아 대회를 치르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울산시설공단과 울산 HD FC 등에 전달했다.

현재 문수축구경기장 잔디를 두고 울산 구단과 울산시설공단은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울산 구단측은 잔디 관리 주체인 울산시설공단측에 잔디 관리와 관련 강하게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즌 막바지로 향하는 상황 속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울산의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부상 우려를 감안해 항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문수축구경기장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라운드가 지면보다 낮은 지하층 높이에 설계된 탓에 잔디 회복에 필수적인 통풍과 채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딛고 문수축구경기장은 2013년, 2020년, 2021년 등 전국 최고의 잔디 관리 주체에게 주어지는 ‘그린 스타디움(Green Stadium)상’을 수상했다.

철저한 관리와 관심 속에서 전국의 축구 경기장 중 ‘양탄자 잔디’라는 극찬을 받았던 것이다. 현재 잔디 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난히 길었던 폭염에 전국 축구 경기장들의 잔디가 쓰러졌다. 울산시설공단도 무더위를 뚫고 관리·보수에 애를 써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 일수는 계속 증가 추세다. 최고 기온은 물론 최저 기온 모두 상승 경향을 보인다. 폭염 재현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언제 또 이같은 무더위가 찾아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이상 폭염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이에 맞게 보다 철저한 잔디 관리 방법과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제권 사회문화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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