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폭염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는데, 북쪽 찬공기와 함께 가을이 찾아왔다. 워낙 더웠던터라 선선한 바람이 가을 빛을 더했지만, 30℃를 오르내리는 늦더위는 여전히 남아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주부들은 미리부터 김장계획을 세우는데, 올해는 주부들의 시름이 깊다. 김장의 주재료인 배춧값이 한우가격보다 앞서며 폭등한 탓이다. 일명, 김치 플레이션이 불어닥친 것이다. 지난 23일 기준, 배추 10㎏ 기준 도매가는 4만1500원으로 4만원을 돌파했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1년 전 조사 가격과 비교하면 50.5% 비싸고, 평년과 비교하면 29.2%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올 여름 기나긴 폭염과 폭우까지 겹쳐 배추 작황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원인이다. 서늘한 곳에서 잘 자리는 배추는 저온성 채소로 18~20℃의 온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그런데 저온성 작물의 배추를 재배하는 재배지의 늦가을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강원도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이 절반으로 줄었다.

2015년부터 기상청에서 전담했던 김장 적정시기 예보를 현재는 민간기상사업자가 발표하고 있다.

민간기상업자 케이웨더는 서울의 경우, 김장 적정시기가 1920년대에는 11월21일이었지만, 2020년대에는 11월27일로 과거에 비해 6일이나 늦어졌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폭염은 김장 적정시기까지 늦추고 있는 셈이다. 각 지역별 적정 김장 담그기 적합한 시기는 11월 초에 발표한다.

지난해 경우, 지역별 김장 적기가 서울 11월 27일, 대전 11월 29일, 광주 12월 11일, 대구 12월 8일로 나타난 가운데,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은 이듬해 1월이되어야 김장을 담그기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는 영상 1℃만 돼도 빨리 쉰다. 그만큼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다는 말이다. 대개 일 최저기온이 0℃ 이하, 일 평균기온이 4℃이하로 유지될 때가 김장 담그기 적합한 시기인데, 날씨가 너무 추우면 무나 배추가 얼 염려가 있고, 또 너무 따뜻하면 김치가 빨리 익어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극심해진 기후변화가 우리 나라 전통음식인 김치를 담그기 힘든 상황으로까지 피해를 주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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