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순태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패랭이꽃은 그 생김새가 패랭이(신분 낮은 역졸이나 보부상이 쓰던 모자)와 닮았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6~8월에 꽃이 피고 이맘때 보리 이삭 모양의 열매가 익는다. 한자어로 ‘석죽화(石竹花)’ 또는 ‘지여죽(枝如竹)’이라고도 한다.

바위틈이나 모래밭 같은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줄기가 대나무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꽃을 두고 지은 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고려 때 시인 정습명(鄭襲明, ?~1151)이 지은 <패랭이꽃(石竹花)>이다.

수수한 듯하면서도 화려한 패랭이꽃은 외딴곳에 머물면서 굳이 영화를 찾지 않는다.

사람들 눈에 들려고 아첨하지도 않는다. 초야에서 지내는 시인 자신을 패랭이꽃에 비유한 시다. 정습명의 대표작인 이 시는 그가 어느 날 초에 금을 그어 두고 초가 거기까지 타기 전에 완성했다고 한다.

그 일로 유명해진 이 시를 예종이 전해 듣고 정습명에게 한림원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소박하게 핀 꽃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데 성공한 시다.

▲ 김홍도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희롱하다(黃猫弄蝶)’. 간송미술관 제공
▲ 김홍도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희롱하다(黃猫弄蝶)’. 간송미술관 제공

세상 사람들은 붉은 모란꽃만 좋아하여
世愛牧丹紅(세애목단홍)
뜰 안 가득 심고서 가꾼다네.
栽培滿院中(재배만원중)
누가 알까, 이 거친 들판에
誰知荒草野(수지황초야)
또한 예쁜 꽃떨기 있는 줄을.
亦有好花叢(역유호화총)
빛깔은 마을 연못에 잠긴 달에 어리비치고
色透村塘月(색투촌당월)
향기는 언덕 나무를 스치는 바람에 전해 오네.
香傳嚨樹風(향전농수풍)
땅이 외져 찾는 공자(公子) 드무니
地偏公子少(지편공자소)
아리따운 자태를 촌로에게나 부치네.
嬌態屬田翁(교태촉전옹)

안순태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