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고(山慈姑)는 아주 깊은 산속이 아닌 낮은 산 숲의 가장자리나 산기슭과 연이은 들판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15~30㎝이고 긴 타원형(작은 마늘모양)의 땅속 비늘줄기에는 갈색 털이 있고 밑에는 수염뿌리가 많이 나 있다. 춘란 모양의 잎이 뿌리 근처에서 2장이 나오는데 끝이 뾰족하나 부드럽다.
 3~4월에 흰색 종모양의 꽃이 위를 향해 피며 가름한 꽃잎에 짙은 자주색 줄무늬가 있다. 꽃 줄기는 한 개가 나와 곧게 자라고 꽃은 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린다. 한 뼘을 넘지 못하는 꽃자루 위에 여섯 장의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꽃잎은 흰빛을 띤 녹색으로 핀다. 흰 꽃잎에 자주색 맥이 있어 그 속의 샛노란 수술이 두드러지게 보여 색의 조화가 고상하며 귀엽고 앙증스럽다. 흐리거나, 어두우면 꽃잎은 살포시 오므리고 햇볕이 따뜻해지면 다시 꽃잎이 열린다. 열매는 삭과로 7월에 열리는데 열매를 맺은 뒤 잎은 말라 버린다.
 한의학에서는 몸에 열을 내보내며 굳은 것을 푸는 것으로 이용되고 부스럼, 결핵, 창독에 쓴다. 민간에서는 악창을 치료하거나 강장, 강심제로 주로 쓴다. 잎과 뿌리 모양이 무릇과 같은데 작아서 ‘까치무릇’이라 한다. 일부 지방에서 ‘물구’, ‘무릇’, 등으로도 불린다.
 이른 봄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 산기슭 마른 풀밭에서 새싹 아직 돋아나기 전에 하얀색의 소박한 꽃을 피운다. 노래 속에 새풀 옷을 입고나오는 봄 처녀가 어여쁜 산자고가 아닌가 생각 된다. 그래서인지 꽃말은 ‘봄처녀’이다.
 이른 봄, 산길을 걷다가 꽃잎 가득 따사로운 봄볕을 머금은 꽃을 간혹 만난다. 분녹색이 도는 긴 잎새 사이로 피어나는 흰 꽃은 정말 곱다. 봄꽃들이 그러하듯 키가 작아 허리를 굽혀 들여다보면 어찌 그리 연약한 줄기에 큰 꽃을 얹고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봄에 일찍 피는 꽃은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이 나중에 나오는데 산자고는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피는 들꽃이다. 이른 봄에 피고 지기 때문에 꽃을 보지 못하는 수가 많다.
 봄이 오자마자 뾰족뾰족 솟아오르는 새 잎을 보면 온 몸에 생기가 돈다.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한없이 예쁘다. 봄나들이에서 산자고 꽃을 만나고 밝아지는 마음은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대단한 봄기운이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