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론 중 '형국론'은 산의 모양을 동물이나 식물 등 물체에 비유해 혈을 찾거나 풍수적 설명을 하는 이론이다. 지역에서는 산의 모양이 '붓'을 닮은 문필봉 형국의 김취려 장군묘와 산에 둘러싸인 지세가 '조리'와 유사한 달천농공단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형국론은 물체와 동물 외에 꽃과 나무의 형상으로도 풍수를 설명한다. 이를 화수류형(花樹類形)이라 부른다. 화수류형은 산의 형상을 꽃이나 나무에 비유, 명당을 찾는 것으로 꽃의 중심자리(암술)에 혈을 결지한다. 나비, 화분, 꽃잎에 해당되는 '사격'(혈 주위의 산과 바위 등)이 존재한다.

화수류형 명당에는 매화나 복숭아꽃이 땅에 떨어진 모습을 연상시키는 매화낙지형과 도화낙지형, 장미꽃이 꽃봉오리를 맺는 형상인 장미미발형, 버들가지가 바람에 휘날리는 풍취양류형, 모란과 연꽃의 형상인 모란개화형과 연화부수형 등이 있다.

이들 명당은 공통적으로 혈이 꽃의 중심에 있다. 다만 땅에 떨어진 꽃과 가지에 매달린 꽃에 따라 혈의 위치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풍수전문가들은 땅에 떨어진 꽃과 가지에 매달린 꽃의 높낮이가 다르듯이 풍수에서도 이같은 경험치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연꽃이 물에 떠있는 연화부수형과 매화가 땅에 떨어진 매화낙지형의 혈자리는 꽃이 가지에서 만개한 모란개화형보다 혈자리가 조금 낮은데 위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신라 충신 박제상과 그 부인의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치술령(765곒) 아래 위치한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는 전형적인 '화수류형' 풍수 형국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혈)에는 시지정기념물 1호 '박제상 유적지' 중 하나인 '치산서원'이 위치, 마을의 발복을 주관하고 있다.

울산 북쪽의 치술령과 연화산에 둘러싸인 만화리는 마을 입구는 좁고 안은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천착후관형' 지세로 주산과 청룡산, 백호산, 안산이 서로 어울려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을이 들어선 곳이 꽃이라면 청룡·백호산은 바깥잎에 해당되며 안산은 속잎이다. 바깥잎은 크고 강한 반면 속잎은 작고 부드러워 전체적으로 꽃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화리(萬和里)라는 한자 지명도 만물이 화합하고 융화되는 공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풍수의 형국론적 시각에서 볼 때 만화리는 연꽃이나 모란(목단)꽃이 피어 있는 연화부수형 또는 모란개화형으로 분류된다. 화수류형 풍수에서 명당이 되려면 물줄기가 지형을 돌아가면서 감싸줘야 하는데 태화강 지류가 돌아나가는 만화리는 이같은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만화리 형국에서 연화부수형과 모란개화형,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사람에 따라 지세의 형상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주관성' 때문이다. 그러나 연꽃이든 모란이든 혈의 위치가 조금 차이날 뿐 풍요와 귀인을 배출하는 풍수 발복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명확한 규명은 큰 의미가 없다.

풍수에서 모란은 부를 상징한다. 이 때문에 과거 조상들이 전통 혼례식에서 모란꽃이 그려진 대례병(혼례 때 옆에 두르는 병풍)을 사용했다. 다만 모란개화형은 꽃이 핀 정도에 따라 발복이 달라진다. 반개(半開)형은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은 반면 만개(滿開)형은 현재가 절정기이기 때문에 쇠락의 속도가 빠르다.

연꽃은 불가의 꽃으로 정신적인 발복에 영향을 준다. 풍수가들에 따르면 연꽃이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연꽃형 명당은 용모가 수려해 다른 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는 귀인, 현인군자, 학자, 뛰어난 사업가 같은 자손들이 번창해 부귀를 얻는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치산서원은 꽃의 중심(혈)이 되는 암술자리에 해당한다. 암술은 꽃의 기운이 가장 강하게 결집된 곳으로 현재와 다음 세대를 연결하기 위한 씨앗을 생산하는 공간이다.

풍수전문가 강상구씨는 "이같은 해석에 따라 지역 정신문화을 상징하는 공간인 치산서원은 후세 사람들이게 오랫동안 귀감이 될 수 있다"며 "만화리 전체를 연화부수형으로 본다면 바로 뒤 주산(치술령)은 연밥에 해당된다. 풍수적 이기로 해석해 볼 때 연밥 속에 들어있는 연자(연꽃의 씨)가 많은 만큼 박제상의 정신을 본받는 후학들이 많이 배출되는 될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치술령에는 치산서원 뿐만 아니라 그 부인의 설화가 전하는 망부석과 은을암이 있다. 박제상의 부인은 남편이 왜국으로 떠난 뒤 치술령 꼭대기에서 남편의 무사환국을 천지신명에게 빌었지만 남편이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통곡하다 죽는다. 이 때 그의 몸은 돌로 변해 망부석이 되고, 넋은 새가 되어 국수봉을 돌아 은을암(隱乙岩)에 숨었다고 한다. 비조(飛鳥·비자현)는 박제상의 부인과 두 딸이 죽어 새로 변해 날아 왔다고 하는 곳이다. 도움말 강상구 풍수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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