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씨 사성공파는 한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로 통한다. 부자 3대를 못간다는 속담도 있지만 경주 최부잣집은 예외다.

최부잣집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전공을 세운 정무공 최진립 장군부터 시작해 마지막 최준 선생까지 12대에 걸쳐 300여년간 부를 이루었다.

최근 경영학박사 전진문씨가 내놓은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에 따르면 경주최씨 가문이 이같이 오랫동안 부를 이룰 수 있었던 비밀은 이 집안의 가훈에서 비롯된다.

최진립 장군 이후 후손들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말라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을 금과옥조처럼 지켰다.

재산 불리기보다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우선시 했던 것이다. 1671년 삼남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최국선이 "모두가 굶어죽는데 나 혼자 재물을 가져서 무엇하겠냐"며 마당에 큰 솥을 걸고 곳간을 헐어 민초를 구제한 일화는 최부잣집의 재물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또한 해방 직후 최준 선생은 나라를 위한 인재를 키운다며 전 재산을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와 계림대를 세우는데 기증했다. 선생은 이에 앞서 독립운동단체에서 활동했으며, 상해임시정부에 독립군 자금을 보내다 일제의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부잣집은 흉년 때마다 경상북도 인구의 10%에 이르는 사람에게 구휼을 베풀었다. 이 때문에 최부잣집은 구한말 동학혁명이나 민란에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가 이 가문의 후손이다.

경주최씨 가문의 번영과 덕망의 비밀은 최부잣집의 기반을 다진 최진립 장군의 묘에 나타난 풍수지리에도 있다고 풍수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진립 장군 묘는 울주군 범서읍 반연리에 위치해 있다.

잠와(潛窩) 정무공 최진립 장군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동생 계종(繼宗)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혁혁한 전과를 세웠다. 1597년 정유재란 때도 결사대를 조직해 서생포에 침입한 왜적을 무찔렀으며, 이어 도산싸움에서도 권율 장군과 함께 전공을 세운 인물이다.

최진립 장군의 14세손 최재량씨의 집 뒤로 100여곒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군의 묘는 풍수적으로 볼 때 연화산을 주산으로 하는'괘등혈'이다.

괘등혈은 등잔이 등잔대에 걸려 있는 형상으로 묘 아래 작은 연못은 등잔의 기름이다. 이 형상은 발복이 불같이 일어나는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굳이 풍수적 식견이 없더라도 산비탈 깊숙이 자리한 장군의 묘는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묘 주변이 용맥(산줄기)으로 둘러 싸여 바람이 크게 일지 않는 '장풍국'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주산의 이름과 묘 아래 연못 때문에 장군의 묘는 연꽃이 물 위에 피어난 '연화부수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불교의 꽃인 연꽃이 물질보다 정신을 상징한다고 봤을 때 이같은 해석은 최부잣집이 수대에 걸쳐 실천에 옮긴 덕행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진립 장군 묘의 풍수적 핵심은 묘 아래 연못이다. 풍수지리에서 물은 혈을 만드는 필수 조건이다. 물은 생기를 보호하고 인도할 뿐만 아니라 기를 멈추게 해 한 곳으로 모이게 한다. 생기가 모이는 곳이 혈이다.

풍수지리에서 물은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 해서 재물을 관장한다. 이 때문에 물이 깊고 많은 곳에서는 부자가 많이 나고, 물이 얕고 적으면 가난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풍수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물이 있은 곳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고, 사람이 모임에 따라 재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진립 장군 묘의 연못은 명당 가운데로 사방에서 흘러온 물이 모여 연못을 이루는 '융취명당'으로 볼 수 있다. 이 명당은 대단히 귀한 것으로 수대에 걸쳐 부귀가 이어진다.

물이 흘러들어 연못 깊은 곳에 모이기 때문에 재산도 저절로 모이고, 뜻하지 않은 횡재도 있다. 또 한번 모인 재물은 쉽게 흩어지지 않고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묘를 설 때 인공못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용혈의 생기를 누설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화를 자초할 뿐이다. 반대로 연못을 매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좋지 않다고 풍수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도움말=풍수정문가 강상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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