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드러머 곽동훈씨

재주없던 중학생때 드럼 배워
젊은시절 월급제로 밴드 활동
결혼 이후 인생의 전환기 맞아
즐기는 음악으로 따스한 위안
“더하기만 하면 되는데 곱하기를 하려면 결국은 0이 되더라고요. 그냥 음악만 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데 큰 돈 벌어 보겠다는 욕심에 다른 길로 빠지면 실패합니다.”

드러머 곽동훈(43·남구 옥동)씨가 드럼이라는 악기와 30년 가까이 사랑(?)을 하게 된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무렵. 친구집에 모여 밴드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기타를 할 줄 알던 친구는 기타’ ‘피아노를 칠 줄 알던 친구는 피아노’ 이런 식으로 정하다 보니 아무런 재주가 없던 곽씨는 결국 드럼을 맡게 된 것이다.

운명이었을까. 곽씨와 드럼과의 30년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에서 생활했던 곽씨는 유일하게 제대로 가르친다던 세광 음악학원을 찾아 배우며 드럼을 익혔다. 하지만 당시 열악한 환경 탓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드럼에 앉아 보면 다행일 정도였다.

“오히려 그렇게 연습한 게 지금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간을 가지면서 음악적 감성시간을 키울 수 있었으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프로 못지않는 기교를 부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음악적 감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곽씨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음악적 감성과 테크닉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영원한 숙제라고도 생각할 정도. 딱 지금처럼, 1970~80년에도 ‘레드 제플린’ ‘딥 퍼플’의 곡을 자신들은 카피해 연주를 할 수 있었지만 기존 드러머들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도 혈기왕성하던 21살에는 잘 나가던(?) 밴드의 일원이었다. ‘H2O’ ‘시나위’ 등과 한솥밥을 먹던 ‘블랙신

▲ 드럼이라는 악기와 30년 가까이 사랑을 하고 있는 드러머 곽동훈씨. 즐기는 음악은 그에게 있어 삶의 전부다. 김경우기자 [email protected]
드롬’의 일원이었다. 당시 앨범 한 장을 내도 돌아오는 것은 2만원 남짓. 모든 돈을 소속사에서 가져가는 바람에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월급제로 전인권 밴드와 서울패밀리에서 활동을 했다.

“결혼을 하면서 인생을 전환기를 맞았죠. 지금 생각하면 분명히 먹고 살만 했는데 이상하게 그때는 음악은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고 울산으로 와서 사업을 시작했죠. 6년 만에 접었지만…”

사업을 접게 되면서 미칠 것 같았지만 음악은 그에게 언제나 처럼 따스한 위안이 돼줬다.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동안은 연습을 위해 음악을 해 왔다면 지금은 즐기기 위해 음악을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삶의 전부다. 부인 역시 음악을 한다. 드럼을 치는 곽씨의 부인은 언뜻 조화를 이룰 것 같지 않는 첼리스트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음악과 잘 일치한다.

“음악이라는 게 따로 있나요. 드럼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과 하모니를 이뤄 함께 해야 하듯이 모든 음악은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클래식과도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전상헌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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