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타리스트 서산
형의 유언따라 제2의 음악인생
2년간 음악좇아 부인과도 이별
산악인처럼 매일 산에 오르며
삶의 활력소 찾고 원동력 얻어

▲ 매일 산에 오르면서 음악을 하는 이유를 찾는다는 기타리스트 서산씨.

김경우기자 [email protected]

“처음에는 죽고 싶을 만큼 견딜 수 없어 죽으려고 무작정 산에서 뛰어다녔어요. 하지만 이젠 삶의 활력소를 얻기 위해 산을 뛰고 있어요.”

산악인 이야기가 아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기타를 배운 기타리스트 서산(45·본명 서순부·남구 달동)씨의 이야기다. 그를 아는 음악인들은 모두 기타리스트가 본업처럼 매일 아침 산에서 뛰어다니는 게 이상했다. 그래서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왜 산에 오르느냐’는 것.

그가 산을 찾게 된 것은 음악과도 연관이 있었다. 서씨의 고향은 경남 거제다. 중학교 3학년 때 형이 있던 서울로 유학을 갔다가 친구를 따라 동대문 음악학원에서 기타를 처음 만났다. 학원장이 기타로 치던 컨트리음악의 묘한 매력에 흠뻑 빠져 학원에 등록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음악은 취미생활일 뿐이었다. 게다가 대기업 건설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음악은 뒷전으로 사라졌다. 그러던 중 음악이 그에게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생겼다.

서씨의 정신적 지주였던 형이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남긴 유언 때문이었다. 그는 “형이 ‘돈을 좇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평생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며 “일단 고향으로 내려가 집안을 정리하고 다시 음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동안 고향에서 지내다 울산으로 와 음악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보고마는 그의 성격 탓에 부인과 헤어진 것이다.

서씨는 “음악 때문에 헤어지게 된 건 아니지만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며 “이혼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을

잊으려고 산에 오르게 됐지만 이제 산을 즐기고 그 곳에서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를 찾고 원동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자신이 일정수준 만족을 얻었을 때 다시 합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타 주법과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남들은 발악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그에게는 또 한 명의 정신적 지주가 있다. 바로 일 년에 한 번은 반드시 함께 여행을 가는 아들이다. 서씨의 아들은 ‘애 늙은이’처럼 ‘음악을 하는 모습이 좋으니 끝까지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항상 해 준다.

서씨는 “이런 것이 모두 음악을 하게 만드는 즐거운 동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한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았지만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를 하다보니 기타 선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서씨의 연주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단숨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이 보이는 낮은 산도 단숨에 오르려고 하면 숨이 차고 쉽게 지치듯, 음악이라는 것도 시간을 두고 꾸준히 노력해야 만족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상헌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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