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모습 ‘울산언론’
당당한 위상 세우기 노력

▲ 배명철 대표이사 사장
1986년인가 보다. 울산에 첫 발을 디딘 게. 중앙일간지 사회부 기자로 공해도시 울산의 오염실태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썩은 냄새나는 태화강. 매케한 연기와 안개가 뒤섞인 스모그가 깔린 온산공단.

그것이 인연이 되었던가. 다음해부터 서울에서 울산을 뻔질나게 찾아왔다. 1987년 전국적인 노동자 파업투쟁이 울산에서부터 불길처럼 일어났다. 근로자들의 시위대열을 따라 현대중공업에서 울산시청까지 뛰고 걸으며 따라가야 했다. ‘하늘도 강도 맑은 1등 부자도시 울산’. 최근 몇년간 인터뷰를 위해 부산에서 가끔 찾아온 울산. 공해도시는 엄청난 발전과 변신을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산업도시가 되어 있었다. 썩은 강 태화강은 수영대회를 열 수 있을 만큼 맑은 강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고 외치던 근로자들은 고임금을 받는 부자도시의 상징이 되었다.

2010년 3월. 경상일보 사장직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찾은 울산은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시민들에게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내세우기가 송구스러운 도시였다. 울산의 대표적 종합일간지인 경상일보의 전 사장은 뇌물제공혐의 등으로 수감된 상태였다. 다른 일간지 사장들도 불법행위로 잇따라 구속되는 도시였다.

언론사 대표들만이 아니다. 울산의 기자들도 구속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곳이라고 했다. 검찰은 토착비리의 발본 차원에서 언론사를 요주의 관찰대상으로 올려놓고 있었다.

사정당국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누명을 쓰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몇 분은 재판과정에서 무죄로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언론이 사정 당국과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당당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울산에서 기자로 활동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로 비춰지고 있는가. 신문사는 민주사회 발전에 없어선 안 될 구성원이던가. 울산의 자랑스러운 변화에 한 몫을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그보다는 30년전 오염되었던 공해도시 울산의 모습. 그 흔적의 일단을 울산의 언론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경상일보 사장직을 맡으면서 많은 질문을 던져본다. 부끄러운 질문들이지만 대답을 찾아가야겠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울산의 대표적 종합일간지라는 경상일보의 당당한 위상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길을 찾는 작업이다. 그래야만 공해도시에서 한국의 산업수도로 비약적 발전을 한 자랑스러운 울산의 당당한 구성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렬한 반성과 위기의식. 그것이 우리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경상일보가 새롭게 변신해서 나아갈 목적지는 분명하다. 울산이, 독자와 시민들이, 못내 자랑스러워하는 언론의 모범적 모델이다.

독자들의 아침 식사자리에 따뜻한 웃음을 주고, 지역사회의 여론주도층에게 토론과 화제거리를 던져주는 신문. 울산의 기업인들이 자신들 뉴스를 찾아보며 반향을 살펴보고 싶은 신문. 외부 투자자들이 지역사회에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신문.

맑은 물이 흐르고 발걸음 가벼운 시민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태화강. 여명을 헤치고 일터로 달려가는 근로자들의 오토바이 행렬이 산업현장의 맥박을 느끼게 하는 도시. 시위근로자들의 핏발선 구호제창이 잦아들고 산업평화와 노사 상생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도시.

이 울산을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가고 싶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번영의 도시로 만들어 가고 싶다. 경상일보는 정도를 걷는 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설 것이다. 울산시민과 독자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언론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더러는 외부의 어려운 여건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피곤하여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전한 시민여론을 조성하고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는 일. 화제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언론 본연의 모습은 허덕이면서도 쉼 없이 달려가야 할 우리의 목표가 아니던가.

울산의 하늘이 참 맑다. 5월의 신록이 시작되는 울산이 산뜻해 보인다. 긴장된 마음으로 경상일보의 사장직을 시작하는 날. 울산이 참 좋아보인다.

배명철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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