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꼭두박물관

‘조선후기 꼭두 ’ ‘나의 꼭두 인생 30년’전 운영중

▲ 지난달 개관한 꼭두박물관 전경.
옛적 조상들이 장사를 치를 때 쓴 상여에는 기기묘묘한 나무 조각물들이 잔뜩 붙었다. 바로 ‘꼭두’다.

무사, 악사, 재주꾼, 동자, 시종 등의 인간 군상과 용, 호랑이, 봉황, 소나무, 연꽃 등의 갖가지 동식물들을 투박하게 재현해 놓았다. 망자의 저승길 길동무, 지킴이 노릇을 떠안았던 이 토속 예술품에는 산 자의 애틋한 배려와 해학이 깃들어 있다. 근대 이후 ‘잡동사니’로 외면받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래 전문 극단이 생기고, 2006년에는 수집가 김의광씨가 꼭두를 비롯한 목조각 민예품들을 전시하는 목인박물관을 서울 관훈동에 열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이러한 꼭두를 테마로 한 꼭두박물관이 서울 대학로에 생겼다. 지난달 30일 개관한 꼭두박물관은 복합문화공간 동숭아트센터 2층에 자리한다. 센터 설립자인 예술인 김옥랑씨가 30여년 전부터 모아 온 꼭두 2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꼭두는 이승과 저승, 현실과 꿈 사이를 오고가는 존재이다. 꼭두가 하는 일은 천사나 신선처럼 일상과 비일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괴로워하거나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고 지켜주는 것이다. 이승과 이별한 망자의 영혼만큼 약하고 외롭고, 슬픈 존재는 없을 것이다. 망자의 영혼을 아무 탈 없이 저승까지 안착시켜 줄 어떤 존재에 대한 갈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봄 직한 희구가 아닐까.

이런 바람이 소박하게 표현된 것이 전통시기 꼭두였다. 꼭두가 언제부터 한국의 전통 상례문화에서 등장했는지를 가늠할 길은 없다. 꼭두에 대한 문헌기록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꼭두가 사용되었던 맥락인 상여도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꼭두는 19세기 후반 이후에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밖에 근대 시기에 속한 꼭두도 상당수에 이른다.

꼭두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형태도 똑같은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대체로 용과 봉황, 호랑이 같이 동물의 형상을 지닌 것과 시종이나 악공(樂工), 무사처럼 인물의 형상을 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모란이나 연꽃과 같은 식물도 꼭두에 포함되어 있다. 꼭두는 종류와 형태에 따라 그 역할과 상징하는 의미가 다양하다.

박물관에서는 현재 19~20세기 꼭두 수장품들을 간추려 두 가지 전시를 하고 있다.

꼭두 인형·상여 앞뒷머리 용수판 장식 등으로 채운 ‘조선후기 꼭두’ 상설전과 김씨의 개인 수집사를 꼭두 명품과 함께 설명한 기획전 ‘나의 꼭두 인생 30년’이다.

‘조선후기 꼭두전’에서는 말그대로 조선후기 꼭두를 통해 꼭두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잘 보여준다. 대표적인 꼭두의 범주를 용과 봉황, 인물상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유물을 배치 소개한다.

19세기 용과 봉황, 인물상 수작들로 간추린 상설 전시장의 꼭두들은 거칠지 않고 비교적 정제된 채색, 목각 표현을 통해 순박하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인의 전통적 심성을 드러낸다. 또 하나 볼만한 컬렉션은 호랑이, 용 얼굴을 새긴 용수판. 뚜렷한 입체감과 얼굴 곡면의 섬세한 조형미가 엿보이는 수작들이 많다.

오는 31일까지 운영 될 기획전 ‘나의 꼭두 인생 30년’에서는 김옥랑 관장이 꼭두를 만난 후 겪은 극적인 인생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린이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유치원 어린이를 위한 주중 프로그램’은 꼭두체험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 표현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표다.

월요일 휴관. 문의 02·766·3315.

홍영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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