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추 부부] 다문화가정 이윤신·노웨나씨 부부 인터뷰

▲ 이윤신·노웨나씨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모든게 달랐던 처음엔 불협화음
시간 흐를수록 이해하는 법 배워
아빠·엄마 반반 닮은 네 자매들
어느새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어
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 5월 중에서도 둘(2)이 모여 하나(1)가 된다는 각별한 의미가 담긴 이 날은 지난 2007년 법정기 념일로 제정됐다. 부부의 날을 굳이 기념일로 지정한 이유는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일이 그마만큼 중요한 가치로 부각 된 까닭이다. 다시 말해 부부의 날은 핵가족 시대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우선적으로 신뢰하고 행복해야만 청소년·고령화·저출산·이기심 등 산재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창간 21주년을 맞은 본보에서는 세상의 중심추 ‘부부’를 만나기로 했다. 다양한 부부상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이면을 간직한 다문화가정 부부 한 쌍을 섭외했다. 어려운 시기를 무던히 견뎌내고 먼 길을 돌아 제자리에 안착한 이들 부부. 알고보니 우리 사회가 그토록 장려해 온 딸부잣집 다자녀가정의 주인이기도 했다.

우리와 하나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삶이 부부의 날을 맞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궁금하다.

“우리 얼굴은 언제쯤 똑같아지나요? 부부는 닮는다면서요.”

이윤신(46·회사원), 노웨나(36·방과후 영어교사)씨 부부. 두 사람은 12년 전 필리핀에서 처음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씨의 고향 충주에서 처음 신접살림을 차렸었고, 5년 전 남편 직장을 따라 울산 온양읍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 동안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절반씩 꼭 빼닮은 어여쁜 딸을 넷이나 낳았다.

이들 부부 편안한 사이에서만 느껴지는 친밀함이 묻어났다. 남편 이윤신씨는 의뢰로 수줍음이 많은 듯 했다. 인터뷰 내내 묻는 말에 대답을 하는 쪽은 거의 아내 노웨나였다. 하지만 적절한 단어가 안 떠올라 아내의 말이 끊어지기라도 할라치면 때를 놓칠세라 옆에서 한마디씩 꼭 거들었다.

“집사람은 남이 말할 때 유심히 지켜본답니다. 무슨 뜻인지 한 자라도 놓치면 안되니까요. 지금은 불편한 일이 없지만, 처음엔 답답한 마음에 많이도 싸웠지요.”

노웨나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 그대로였다. 잔소리가 제법 심한 편이라고 스스로 털어놨다. 필리핀 현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했던지라 옳고 그름을 조목조목 따져야 직성이 풀린다고도 했다. 부부싸움은 자주 하냐는 물음에 찰라의 고민도 없이 “그럼요, 하죠! 아이들 학업 문제로 제일 많이 다퉈요.”라며 남편을 살짝 흘겨 봤다.

▲ 지구본으로 대한민국과 외갓집 필리핀을 찾은 아이들이 우리가족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노웨나의 말인즉 자신의 어눌한 말투가 아이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러웠던 것. 조금만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보다 많이, 자주 나눠주길 바랐는데, 회사생활로 눈코뜰 새 없는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를 만족시켜 줄만큼 여유를 내기가 힘들었다. 이해는 가지만 노웨나 역시 ‘자식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우리나라 주부인만큼 수더분한 남편에게 저녁마다 잔소리를 퍼부었던 것이다.

국적과 언어, 자라온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한지붕 아래 가정을 이루었으니 불협화음이 없을리 만무했다. 다행히도 그들만의 화해법을 터득한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밑거름이 됐다. 처음부터 작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암묵의 철칙이 만들어졌다.

“자주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사소한 이견들때문에요. 하지만 금방 화해를 해요. 폭발할 것 같다가도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있나요. 이 세상 누구보다 확실한 ‘내 편’인데 싸울수록 손해가 아닌가요.”

강산이 변하는 10년 세월을 겪으니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속내를 척척 알아차리는 진짜 부부가 됐다.

도무지 그럴 것 같지않은 남편은 가끔씩 아내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전하는 로맨틱가이로 변했다. 평상시 못다한 사랑고백은 기념일마다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불쑥 들이미는 것으로 대체를 한다.

“조그만 선물에도 감동을 해서 놀랐습니다. 내가 그 동안 얼마나 표현을 못했으면 그럴까 반성도 되고요. 집사람이 해달라는 것은 다해 주고 싶어요. 그 마음, 아내도 알고 있다니까요.”

함박웃음을 띄며 속내를 잘도 털어놓던 노웨나씨가 남편의 그 말 한마디에 불쑥 눈물을 쏟아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견뎌낸 건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많이 기다리고 이해해 준 것 알고 있어요. 이런 마음가짐이 평생 갔으면 좋겠네요.”

이들 부부는 수민(11), 정민(10), 선민(8) 세 자매를 내리 두었다. 연년생이라 흡사 세 쌍둥이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꼭 닮은 생김새처럼 ‘화가’가 되고픈 공통의 꿈을 키우는 중이다. 부부의 금슬을 대변하는 늦둥이 딸 지민(6개월)이도 태어났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방문교사로 취직하면서 아빠는 물론 엄마까지 바빠지자 언니들이 돌아가며 막둥이를 안고 어르는 아이돌보미를 자처하게 됐다.

이들 가족의 소원은 가까운 시일 내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 지구본 속 아름다운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한 차에 올라탄 뒤 가까운 곳을 유람하는 것만이라도 자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가정의 달 5월이 다 가기 전에 가족여행을 떠나려구요. 부부만 닮나요. 우리를 닮은 아이들까지 가족 모두가 똑같지 않나요.”

글=홍영진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임규동기자 [email protected]

존&줄리 가트맨, 부부관계 해법 제시
“갈등원인, 대화방법서 찾아라”
부부는 세상의 중심추다.
우리사회 근간을 이루는 기본단위이기도 하지만, 부부는 씨줄과 날줄로 얽힌 인연을 만들고 마르지않는 포자처럼 사랑과 감동을 퍼트리기 화수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부부상은 불행히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각종 통계자료에 비춰 진 한국사회 부부들은 OECD국가 중 ‘최고의 이혼율’과 ‘최저의 출산율’ 속에 살고있다. 이는 또 최고의 자살율과 낙태율, 뒷순위에서 맴도는 행복지수, 10년 전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황혼이혼율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주소를 대변한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달 방한한 부부 연구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 존 가트맨·줄리 가트맨 부부가 각종 강연회 및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모은다.

지난 35년 동안 미국에서 3000여쌍의 부부를 장기적으로 추적, 연구해 온 가트맨 부부는 행복한 부부의 비결이 대화의 방법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관계의 달인일수록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부부를 위한 사랑의 기술’을 쓰기도 한 가트맨 부부는 이를 실천에 옮기는 다양한 방법론도 제시했다.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 등 결혼의 4대 위협요소를 제거한다거나 ‘정서통장’이라는 개념을 빌려 부부가 서로 공유하는 감정을 긍정적인 내용으로 채울 것을 당부했다.

또한 가트맨 부부는 “행복한 부부는 갈등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갈등을 부드럽게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한 이들”이라고 정의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부부는 아예 갈등 자체를 무시하는 부부다. 대화가 끊기고 공통의 꿈을 꾸지 않는 부부 사이엔 자신들도 모르는 새 큰 틈이 벌어져 헤어질 위험에 처한다는 이야기다.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은 “불행한 부부는 성격차이 혹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비난 섞인 말로 불행의 씨앗을 품은 이들”이라며 “이를 닦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하듯 부부가 매일 순화 된 대화를 나누며 감정의 찌꺼기를 처리해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울산건강가정지원센터 정민자 센터장(울산대 교수) 역시 “‘행복한 부부 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가정이 곧 사회의 미래라는 신념에서 비롯된다”면서 “가트맨식 접근법을 비롯해 향후 센터에서 운영 될 다양한 부부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울여 지역사회의 근간이 보다 더 건강한 구조를 이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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