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 부활했다는 태화강
기름냄새에 강 중심엔 부유물
일찍 샴페인 터트린건 아닌지…

▲ 배명철 대표이사 사장
‘아트 풍선’을 든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한 초등생 어린이들을 응원하는 어른들의 킬킬거리는 웃음이 잔디밭 위를 뒹군다.

땅! 경쾌한 폭음을 신호로 태화강 둔치 공원이 갑자기 요란스럽다. 1500여명의 건각들이 모여든 태화강전국마라톤대회 출발을 알리는 소리다.

대한민국 짝짝짝! 오~ 필승 코리아!

아이들과 연인들의 웃음소리, 자전거 소리로 재잘대던 태화강은 밤이 되자 지축을 흔드는 함성소리가 이어졌다. 남아공월드컵축구 우리나라의 첫 경기. 야외응원장으로 변한 태화강은 젊음의 아우성과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잔디밭 이곳저곳에 흩어졌던 전날의 웃음과 함성, 재잘거림이 채 가시지 않은 태화강. 아침이 되자 전날의 피로는 어디로 간듯 새로운 소란으로 북적였다.

잔디밭만 술렁거리는 게 아니다. 물고기들이 폴짝거리던 태화강물이 크게 요동쳤다. 수영대회 참가자들이 물속으로 뛰어들면서 강물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태화강 물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전국수영대회. 벌써 6번째다.

태화강이 물속에 뛰어든 사람들과 혼전을 벌이더니 뒤이어 수십대의 배(용선)가 강물 위를 치고 달린다. 혼비백산한 태화강이 서둘러 물길을 내주며 배뒤로 꽁무니를 내뺀다.

수영대회와 용선대회 선수를 응원하는 함성들이 소금쟁이 마냥 물위를 통통 튀어다닌다. 그 사이 둔치공원에서는 어린이와 학부모 6000여명이 몰려 태화강의 생기와 웃음을 그려내느라 바쁘다. ‘엄마와 아빠와 함께 그림그리기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로 가득찬 태화강은 넉넉한 어머니 품 같이 너그러워져 있었다.

태화강에 해가 지면서 둔치 공원이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맞은 편 태화강 대공원(생태공원)은 야외공연장으로 바뀐다. 전날 둔치 야외응원장이 환호와 진격의 나팔소리를 울렸다면, 야외공연장은 초여름의 생기와 평화로움으로 힘든 싸움에 지쳤을 태화강을 달랜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당신이 머물다가 간 친환경 수영장,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자리’ 태화강 곳곳에 나붙은 플래카드들이다. 죽음의 강 태화강은 울산이 자랑하고 사랑하는 명소가 되었다. 어린이들의 학습장이자 시민들의 놀이터. 시민들이 함께 웃고 함성을 지르는 행사장이자 체육공원이다.

“모터 보트 때문인지 기름 냄새가 나요.”

“놀이 시설은 잘 되어 있지만 물이 생각보다 맑지 않네요.”

수영대회에 참가한 일부 선수들은 태화강 물을 울산시민들 마음처럼 넉넉하게 칭찬해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강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쓰레기 냄새가 난다는 선수도 있었다.

수영대회 전날 출발선인 부교 주변에는 작은 부유물들이 모여 있었고, 인부들은 부유물들을 연신 떠내고 있었다. 강변 수심이 얕은 갈대밭 쪽은 조금 괜찮아 보였지만 중심으로 가면 수심 30㎝ 아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은 흐렸다. 간혹 이 물을 마셔야 하는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만명의 시민들이 둔치를 밟고 뛰어다니며 웃고 있는 사이 태화강이 힘들어 헉헉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태화강의 수질이 1등급으로 좋아졌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한켠에서 태화강이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울산시민이 된지 보름 밖에 되지 않은 초보 시민은 이곳 저곳의 태화강 물을 손에 담아 보며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배명철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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