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덕산하이메탈 이준호 회장
‘솔더볼’ 국산화 통해 세계 1위 뛰어올라
미래발전인자 찾아 AMOLED 시장 진출
연매출 1조원 올리는 글로벌 기업 꿈꿔

▲ 울산지역 자수성가 기업인의 모델로 평가받는 이준호 회장. 회의실에 걸린 ‘소재산업 立國, 그 중심에 德山’ 액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산업수도 울산의 근간은 기업이고 기업인이다. 불세출의 기업가들이 울산에서 기업을 일궈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금도 열정과 도전,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후진들이 창업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을 본받으며 울산에서 기업을 키우고 있다. 밑바닥에서 출발해 숱한 좌절과 시련, 실패, 시행착오를 딛고 기업을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창업2세대 향토기업인들의 창업과 성공스토리를 기획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덕산하이메탈 이준호(64) 회장은 자수성가 기업인의 모델이자 지역 벤처업계 입지전적 인물이다.

울산토박이로 이공계 출신도 아니면서 덕산하이메탈을 소재분야 최고 기업이자 세계 제1의 솔더볼 제조업체로 키웠고, 인수합병을 통해 진출한 AMOLED 시장은 납품을 재촉받을 정도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했다. 답습보다는 창출(創出)과 생성(生成)을 추구했고, 선각자 정신으로 ‘미래발전인자’를 찾는데 골몰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울산시 북구 연암동 덕산하이메탈 본사에 들어서면 ‘소재산업 立國, 그 중심기업 德山’이라는 빨간색 바탕의 대형현수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제조업은 강하지만 소재부문이 취약한 편”이라며 “IT와 정밀분야 세계적인 소재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오후 2시 회장실에서 배석자없이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창업의 길로 접어든 동기는

“대학 3학년때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했죠. 졸업후 1년까지 3년간 준비했는데 실패하고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현대중공업 공채 1기로 입사했다가 5년 근무 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으로 옮겼고 37세 되던 1982년 덕산산업을 창업했습니다.”

그는 1t트럭을 자가용 겸 납품차로 사용하며 기업을 시작했다.

-덕산하이메탈은 언제, 어떤 계기로 설립했나

“덕산산업을 경영하면서 항상 ‘미래발전인자’를 찾았죠. IT쪽 4~5개의 아이템을 쥐고 고민하다가 울산대학교와 산학연 협력사업을 하게 됐는데 이 때 솔더볼(반도체 패키지 소재)을 접촉하게 됐습니다.”

이 회장은 “이거다 싶어” 함께 연구하던 석·박사들을 영입해 1999년 덕산하이메탈을 설립했다. 그러나 상품화과정은 쉽지않았다. 당시 ‘솔더볼’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상황이었는데 이를 국산화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솔더볼의 상품화 과정과 업계 위상은

“한번에 5억원씩 4년간 20억원을 투자하며 상품화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죠. 매번 불량제품이 쏟아져 ‘포기를 해야 할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무렵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반도체 칩에 회로를 연결하는 기능인 솔더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입니다. 삼성전자에 공급을 시도했으나, 예상 밖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죠.”

덕산하이메탈은 3년간의 악전고투를 거듭한 끝에 비로소 납품에 성공했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물론 중국, 대만, 싱가폴, 유럽에 수출하며 세계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고 2006년에는 매출 10조 규모의 벨기에 소재전문업체인 모대기업이 자사 솔더볼 생산을 중단하고 덕산제품을 택해 세계시장 판매망을 활용하겠다며 계약 및 투자를 제의해 오기도 했다.

-30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숱한 시행착오와 시련이 있었을텐데

“시행착오와 시련을 글로 쓰라고 하면 아마 소설 한권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는 덕산하이메탈 설립 초기 모바일용 카메라모듈에 1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가 실패했다. 또 2년간에 걸친 일본기업과의 특허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시장성이 없어 50억원을 손실본 후에는 도산위기를 맞기도 했다. 핵심기술인력이 회사를 떠날때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말했다. 그는 “기업을 하다보면 항상 시련은 상존한다”며 “하늘위에 또 하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시련을 이기기 위해 겸허한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MOLED 생산업체 루디스 인수는 재도약의 중요한 계기가 됐죠

“덕산하이메탈을 경영하면서도 또다른 ‘미래발전인자’를 찾던 중 2008년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업체 루디스를 인수합병하게 됐습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업종으로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 였죠.”

인수 당시 루디스는 영세성을 면치 못한 기업이었다. 덕산은 인력과 장비는 물론 R&D 부문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이 결과 매출 36억원에 만성적자 기업이 2년만에 매출이 10배가량 늘어 효자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AMOLED 시장전망은 어떻게 보나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S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모두 다 AMOLED를 적용하고 있는것은 아닙니다. 공급이 모자라서죠.”

덕산은 현재 납품을 재촉받을 정도로 주문이 많은 실정이다. AMOLED가 지금은 모바일 폰 등 소형제품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노트북과 내비게이션, 가정용 TV, 3D TV 등 중대형 제품에 적용되면 시장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이 회장은 내다봤다.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주식에 대한 철학은

“루디스 인수로 AMOLED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되며 제법 올랐죠.” 짧은 기간동안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일까, 그는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제조업이 아닌 IT기업인데도 덕산하이메탈 주가(액면가 200원)는 한때 2만1750원까지 올랐다.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45만~50만원을 호가한다. 자본금 49억원 기업의 시가총액이 4500억원이 넘는 것이다.

이 회장은 “기업의 미래가치와 성장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직원 모두에게 우리사주를 액면가에 배정했고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으며, 루디스 직원들에게도 주식을 배분했다. 전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주며 나름의 ‘나눔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사업확장과 신규 사업계획은

“AMOLED 생산 확대를 위해 천안에 신축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9월쯤 완공되면 그동안 더부살이에서 벗어나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또 수원에는 R&D 산실인 중앙연구소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덕산의 올해 신규 투자는 수백억원으로 추정된다. 덕산은 이어 울산본사 솔더볼 생산공장에서 솔더볼과 같은 경쟁력있는 신제품을 10여가지 개발중이다. 이들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세계 1위를 기록중인 솔더볼도 덕산하이메탈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전망이다.

-경영철학과 경영이념은

“우선 기업인은 기업인 다워야 한다고 봅니다. 수십년 기업을 하다보면 곁눈 팔 일도 있지만 일단 유혹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회사성장을 위해 M&A가 필요할 경우 과감히 결행해야 합니다.”

그의 집무실 한켠에는 ‘天地之大德曰生’이라는 주역 구절이 있는데 ‘천지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새롭게 생겨나는 것 즉 생성’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과실을 공유하면 ‘소재산업 立國, 그 중심에 德山’이란 경영이념도 반드시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으로서 최종목표와 은퇴계획은

“연매출 1000억원 미만(덕산하이메탈과 관계사 포함)의 기업이 앞으로 5000억, 장기적으로는 1조를 달성하겠다고 하면 과장된 것으로 들릴수 있겠지만 현직에 있는 동안 이를 달성해 필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AMOLED 시장규모과 솔더볼 외 신제품의 성장성, 세계 최고기술력, 관계사들의 약진 등을 감안하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 회장은 “적어도 10년은 현직에 더 있을 생각이며 회사 규모가 커지고 기업경영상 불가피하게 타지역에 공장을 증설하지만 본사는 영원히 내고향 울산에 두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향토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글=추성태기자 [email protected]  사진=김경우기자 [email protected] 

덕산하이메탈(주) 이준호 회장은

1946년 울산 북구 효문동 출생 효문초·제일중·울산공고(농고) 축산과 졸업
1965년 부산대 경제학과 입학
1972년 현대중공업 공채 1기 입사
1977년 현대정공으로 이직
1982년 덕산산업 창업(37세)
1999년 덕산하이메탈 설립
2000년 석탑산업훈장 수상
2005년 덕산하이메탈 코스닥 상장
2008년 AMOLED생산업체 루디스 인수

건강관리: 새벽등산(주 4회이상)
취미: 일,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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