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셉션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라는 말이 있다. 꿈이라는 생리 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해몽도 나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꿈을 소재로 삼은 영화 ‘인셉션(inception)’은 그 만큼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배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에서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드림 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하여 그 사람의 생각을 훔치기도 하고 지키기도 하는 특수 보안 요원이다. 그는 아이러니하게 그의 그런 기술로 인하여 아내를 죽게 하고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려 정처 없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런 그에게 우연히 다국적 기업간의 전쟁 덕에 누명에서 벗어나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하지만 이번엔 기억을 훔치는 것이 아니고 계획된 생각을 대상자에게 입력시키는 것이었다.

그 동안 꿈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인셉션은 꿈속의 꿈, 그리고 그 꿈 속의 또 다른 꿈이라는 다층적인 공간과 시간을 그린다. 또한 한 사람의 꿈 속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똑같은 꿈을 꾸고 똑같은 꿈속의 경험을 하게 한다. 더 나아가 꿈을 통하여 생각을 심게 하고 그 생각을 통하여 그 사람의 생각과 결정을 바꾸게 하는 생각의 힘을 다룬다. 영화 제목으로 사용한 인셉션이라는 것은 의미적으로 이런 새로운 생각을 심는 일을 이야기 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것들이 영화의 내용이 다소 복잡하고 산만해 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지만 꿈 속에서 수행해야 되는 여러 미션과 치밀하게 계산된 전개 등으로 관객들은 이내 어느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의 고민을 접어두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자신을 내어 맡기게 된다. 또한 여러 계층의 꿈의 결과에 따라 하위 계층의 꿈의 결과가 바뀐다는 영화 속 설정은 영화를 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상위 계층의 꿈의 결과에 변화될 수 있는 하위 계층의 꿈의 한 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 마저 들게 한다.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고 안락한 꿈에 안주하려고 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 등 영화 전개 내내 매트릭스의 스토리가 연상되었지만 매트릭스와 같이 철학적 사상을 고집하지 않는다. 매트릭스가 또 다른 세계와 인류 구원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 영화 인셉션은 깨어나면 사라지는 꿈을 이야기였기에 그런 전개의 부담감 또는 지루함을 덜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무의식을 다루었고 인간 자체가 하나가 소우주인 것을 생각한다면 사상의 깊이 역시 매트릭스의 그것 보다 낮다고 할 수는 없겠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현실과 꿈을 구별하기 위하여 작은 팽이(영화에서의 ‘토템’)를 돌린다. 팽이가 멈추지

▲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않고 계속 돌아가면 현재 자신이 꿈 속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그리워하던 아이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감독은 마지막 장면을 쓰러질 듯, 하지만 계속 돌아가는 팽이를 줌 아웃하면서 마친다. 절대적으로 믿고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잠깐의 사라지는 꿈일 수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영화는 끝났지만 감독이 설계한 영화, 인셉션이라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꾸는 거대한 꿈에서 필자를 포함한 관객들이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했던 걸까? 잊지 못할 마지막 장면 중의 하나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엇이, 그리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꿈일까? 아마도 영화가 던져주는 질문이기도 하며 인생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일 수도 있겠다.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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