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비바 사파타

▲ 이순주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멕시코 혁명이 20세기 최초의 사회혁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동요로 많이 불리는 ‘라 쿠카라차’는 멕시코 혁명기에 끊임없이 투쟁하고 살아남았던 농민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멕시코의 민요다. 이 노래에는 멕시코의 의적이자 혁명지도자였던 판초 비야가 등장한다. ‘비바 사파타’는 그와 함께 멕시코의 혁명을 이끈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활약을 다룬 영화다.

‘비바 사파타’를 통해 멕시코 혁명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멕시코 혁명의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분파와 외세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 혁명의 성격을 이해하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반대운동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파티스타 운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화는 멕시코의 대통령궁에서 시작된다. 한 무리의 농민들이 지주에게 빼앗긴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간다. 그다지 길지 않은 장면들에서 멕시코 혁명 발생원인인 오랜 독재의 문제, 토지 소유구조의 문제를 볼 수 있다. 또, 대통령과 농민들의 대화 속에서 후견-수혜 관계의 멕시코 정치문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사파타는 남부 농촌지역인 모렐로스의 메스티조(원주민과 백인의 혼혈) 농민가정 출신이다. 농촌지역에서는 농민들이 경작하던 땅이 불모지만 남겨두고 지주들의 손에 들어가 경작을 할 수 없게 된다. 농민들의 토지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사파타 일행은 대통령을 방문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을 얻게 된다. 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던 사파타는 지방군에게 끌려가는 한 죄수를 구출하면서 범법자가 되어 쫓겨 다닌다.

그러던 중 페르난도라는 떠돌이 지식인의 주선으로 반 디아스 독재정권 진영으로 프란시스코 마데로를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혁명에 가담한다. 디아스를 축출하고 마데로가 대통령이 되지만, 군부에 의해 살해된다. 다시 사파타는 다른 혁명세력이었던 북부의 판초 비야를 지원한다. 사파타와 비야가 성공적으로 집권한 후 사파타는 뜻하지 않게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그러나 곧 권력을 가지고서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과 거리가 멀어짐을 인식하고 사파타는 자신의 형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가 사실인지 파악하기 위해 모렐로스로 돌아온다. 사파타가 떠난 대통령직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페르난도의 선동으로 사파타는 새로운 체제에 위협적인 인물로 지목되어 살해당한다.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내용들은 당시의 사회구조, 문화, 그리고 관습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주인공인 사파타와 혁명에 관련하여 집중해 보자. 영화에서는 ‘에밀리아노 사파타’라는 인물의 특성은 다혈질이다. 그러나 자신보다 멕시코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정의롭고 순정적이며 비 권력지향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멕시코 혁명은 미완의 혁명이라고도 불린다. 그것은 멕시코 혁명정신에서 중요한 핵심의 하나인 토지개혁이 혁명 이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혁명의 성과는 있었다. 혁명 후 ‘1917년 헌법’을 통해 독재를 근원적으로 방지하도록 대통령의 연임과 중임을 금지했다.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에 대한 국유화도 실시되었다. 자원국유화는 라틴아메리카로 확산되고 있던 미국의 경제적 장악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족주의의 발현이었다. 이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역사가들은 멕시코 혁명에 대해 엘리트적, 권위주의적, 사대주의적인 구체제에 대항한 아래로부터의 사회혁명이자 민족주의적 성격을 띤 혁명으로 규정한다. 멕시코 혁명 후 출범한 제도혁명당 정부는 이러한 혁명의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게 된다. 그 결과 실제 혁명기 동안 멕시코 남부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사파타는 혁명의 주역으로 재평가될 수 있었다.

에밀리아노 사파타는 멕시코 인들에게 그저 과거의 혁명 지도자로만 남아있지 않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이순주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NAFTA)이 발효한 1994년 1월 1일,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의 주도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사파티스타는 1980년대 초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라틴아메리카의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에 맞선 사회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원주민의 권리 회복과 지역자치, 여성의 정치 참여, 환경보존과 평화 구현을 강조하는 색다른 유형의 저항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그들의 최종 목표가 기존의 게릴라 운동과는 달리 권력 장악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의 변화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확산에 맞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차별받는 모든 약자들-원주민, 농민, 노인, 여성, 장애인, 실직자, 이주민 등-의 연대를 모색하며 새로운 방식의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 투쟁은 시대를 달리하지만,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추구한 사파타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사회변혁운동으로 발전된 것이. 이 영화는 유명한 엘리아 카잔 감독이 제작하고, 시나리오는 <분노의 포도>의 작가로도 유명한 존 스타인백이 썼다.

이순주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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