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토이스토리3

▲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지난 주, 대부분의 각급 학교의 여름방학이 끝났다.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여름의 끝 자락도 어렴풋하게 보이는 것 같다. 이번 여름이 여러가지를 남겼지만, ‘토이 스토리 3’의 잔잔한 감동은 아직도 맘 속에 생생하다.

토이 스토리는 십여 년 전 필자가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근무할 때 아이들과의 추억이 담긴 영화다. 지금은 군대 간 첫째 아이부터 중학교 3학년인 막내까지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과 비디오 속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영화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항상 함께 있다.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그 시절의 추억들을 생각나게 한다.

장난감들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된 앤디는 이제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게 된다. 앤디는 대학으로 갈 짐을 챙기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장난감들을 다락방에 보관하려 했다. 하지만 엄마의 실수로 장난감들은 버려지게 되고 결국은 써니 사이드라고 불리는 탁아소로 보내지는 것으로 토이 스토리 3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토이 스토리 3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화라고만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고 일한 만큼 대접 받는다고 하는 써니 사이드는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의 신분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자본주의를 말하는 것 같았다. 또한 써니 사이드의 장난감들을 조종하며 그 사회를 유지하는 인자한 듯 보이는 곰 인형 랏소에서는 권력을 위하여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독재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가 단순히 사회현상만을 이야기하였다고 한다면 따뜻한 감동을 주지 못하였을 것이다. 써니 사이드를 탈출해서 다시 앤디를 찾아 가려고 하는 장난감들의 모험을 통하여 여러가지를 이야기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졌다는 생각이 어떻게 한 존재를 파괴하고 절망하게 하는지는 곰 인형 랏소를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또한 사랑 받는다는 것은 어떻게 생기고 어떤 능력을 갖고 있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지고 그 능력과 역할을 인정받는 것이라는 것을 각각의 장난감들의 모습을 통하여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최고의 감동은 앤디가 장난감을 소중하게 여기는 수줍은 여자 아이, 보니에게 자기가 아꼈던 장난감들을 전해주며 그들과 이별하는 장면일 것이다. 앤디가 장난감들을 보니에게 맡기기 전, 앤디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장난감들과의 놀이를 신나게 즐긴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앤디는 아쉬운 표정으로 보니에게 말한다. “내겐 아주 소중한 애들이야 그리고 애들은 친구를 영원히 배신하지 않아…”

눈물이 핑 돌았다. 앤디와 장난감들과의 이별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하여 분투한다는 변명 하에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들처럼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이별할 수밖에 없는 순수한 감정과 추억들을 잊고 살았다는 사실에, 그들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 왔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잊고 행복하려고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였고 어쩌면 그런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영화 속 파괴와 절망의 써니 사이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막내아이 공부방 책장엔 아직도 아이가 어릴적 가지고 놀았던 우디와 버즈 인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이들은 우리들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토이 스토리 3는 이번 여름이 남기고 간 몇 안 되는 행복한 선물 중의 하나였다.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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