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중국속 민족혼을 찾아(2·끝) 연길과 용정
‘모국은 한국, 조국은 중국’ 200여만명 조선족
중국내 55개 소수부족 중 12번째 규모로 성장
독립운동 전진기지 애국지사 활약상 고스란히

▲ 윤동주 생가가 자리한 마을 전경.
지난 회차, 북경 및 백두산 일원에 대한 탐방기에 이어 이번 주엔 연길과 용정 일대에 남아있는 우리 역사와 민족혼을 더듬어 본다. 연길 및 용정 일원은 지금은 중국의 동북 3성에 편입돼 있지만, 19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한민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우리 민족의 시작이었던 고조선에서부터 동북아 패권의 중심이었던 고구려까지 우리 역사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발해의 역사 또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연길·용정 일대 우리 역사와 민족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아직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이 곳에 도착하면, 사람들의 얼굴에서부터 복장은 물론 언어와 식습관 등이 우리 모습과 흡사하다. 이곳 주민들이 중국인이라는 것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 최근 고층 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한 연길시 전경.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지금 현재 이곳은 중국의 영토이며, 이들의 국적은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불리며,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에서도 약 200여만명에 달해 소수민족 중에서 12번째 규모의 소수민족으로 성장하였다.

중국에서 부르는 그대로 우리는 이들을 조선족이라고 그대로 표현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는 재일동포, 재미동포하면서 우리 민족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지만, 유독 중국의 우리 동포에게는 조선족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에게 한국과 중국 사이를 어떻게 구별하는냐에 대한 질문에 중국 동포는 이런 말을 한다.

“모국은 한국이고, 조국은 중국이다.”

▲ 용정중학교 내 전시관에서 가이드가 우리말로 일제시기 독립투사들의 활약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조선족들은 한민족의 자손임에는 틀림 없으나, 신세대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의 일부로 생각하지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한국인들은 전혀 섭섭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국만리에서 터전을 닦으며 자립했던 조선족 1세대에 대해 과연 조국이 그동안 무엇을 얼마나 보살펴 주었는가를 묻고 싶다.

이들에게 베풀지는 못할망정 조선족 2세대, 3세대를 구박하거나 등쳐먹은 일부 몰지각한 한국인들은, 중국이나 대만이 정부차원에서나 민간 차원에서 세계 각국의 화교들을 어떻게 보살펴 왔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독립투사들은 모두 어디로~!

▲ 용정중학교 내 자리한 조선독립투사들을 위한 전시공간.

연길과 용정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독립 운동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무대이다.

우리의 일정 중에는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생가 및 출신 학교로 많이 알려져 있는 대성중학교를 둘러보는 코스도 포함됐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나라 잃은 한 젊은이의 마음을 한 권의 시로 풀어낸 윤동주의 생가는 생각보다 깨끗하게 보존돼 있었다. 1900년경 조부 윤하현이 지은 남향의 기와집으로, 기와를 얹은 열 칸과 서쪽에 자리한 동향의 사랑채가 있는 전통적인 구조로 이루어졌다. 윤동주 가족이 이사 간 후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가 1981년 허물어졌고, 1994년 8월 옌볜대학 조선연구센터의 주선으로 복원되었다.

윤동주가 유년기에 공부한 방, 방학 때 귀향하여 시를 쓰던 방이 당시 그대로 만들어져 있다. 주변에는 외숙인 김약연(金躍淵)이 세운 명동교회, 윤동주 기념비, 윤동주가 1939년 9월에 쓴 시 ‘자화상’(自畵像)에 나온 우물, 명동학교 유적, 일본인들이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처형할 때 사용했던 나무 그루터기 등이 있다.

이석민 현대예술관 문화기획과
교과서탐방 운영자

윤동주가 다닌 학교는 당시 ‘대성중학교’라고 불렸으나 현재는 ‘용정중학교’로 명칭이 바뀌었다. 대성중학교는 일제강점기 때 민족주의 교육의 산실로서 윤동주를 비롯하여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를 배출한 곳이다. 학교 건물은 신관과 구관이 있는데, 구관 앞에는 윤동주의 ‘서시’를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건물 2층에 있는 사적전시관에는 윤동주의 사진과 화보, 책자를 비롯해 1900년대 초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용정과 주변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사료를 전시하고 있다.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와 봉오동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의 사진과 이들의 업적을 전시하고 있으며, 항일 만세운동을 벌였을 만큼 이곳은 독립운동의 전진기지였다. 이곳 용정과 연길 지역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동포들은 독립 운동가들의 후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석민  현대예술관 문화기획과  교과서탐방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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