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비에 관련된 표현 -1

▲ 이자영 시인·대학강사
‘는개’는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비를 뜻한다.

쓰임) ‘는개’가 기웃거리는 봄날 아침, 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작달비’는 빗방울이 굵직하고 짧으며 거세게 내려 쏟는 비를 뜻한다.

쓰임) 계속되는 ‘작달비’에 토란잎은 여지없이 구멍이 뚫렸다.

‘장대비’는 장대처럼 내려 쏟는 긴 빗줄기를 뜻한다.

쓰임) 여름날 대청마루에 앉아 쏟아지는 ‘장대비’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깊은 산 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소나기’는 여름철에 갑자기 퍼붓는 큰 비를 뜻한다. (‘소낙비’는 ‘소나기’를 똑똑히 구체적으로 일컫는 말)

쓰임) ‘소나기’가 그치면 으레 무지개가 뜨곤 했다.

우리는 흔히 ‘이슬비’, ‘가랑비’, ‘보슬비’를 구별하지 않고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슬비’는 아주 가늘게 오는 비를 뜻하고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뜻하며 ‘보슬비’는 조용히 보슬보슬 내리는 가랑비를 뜻한다. (‘이슬비’와 ‘가랑비’가 빗발의 가늘기에 비중을 둔다면 ‘보슬비’는 비의 내리는 모습 또는 질감에 의미를 둔다.)

편의상, 빗발의 가늘기 순서대로 표시해 보면, 는개 > 이슬비 > 가랑비 순이며 비의 질감을 나타내는 보슬비는 위의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쓰임) 이렇게 가늘기만 한 ‘이슬비’에도 옷이 젖긴 젖는구나.

쓰임) 당신이 맞은 비는 ‘이슬비’가 아니고 ‘가랑비’예요. 짧은 시간에 흠씬 젖어 버린 옷을 보면 알잖아요.

쓰임) 세상의 악이란 악은 모두 녹여 버릴 듯 보슬비의 속살은 보드랍고 평온하였다.

이자영 시인·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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