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비에 관련된 표현 -2

▲ 이자영 시인·대학강사
‘여우비’는 볕이 쬐는데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를 뜻한다.(‘여우볕’은 비나 눈 오는 날 잠깐 났다가 숨어 버리는 볕.)

쓰임) 암소 뿔도 물러빠질 땡볕이 이글거리는가 하면 ‘여우비’가 찔끔거리기도 하며 하늘은 어제처럼 또다시 변덕을 부렸다.

‘웃비’는 아직 빗기는 있으나 좍좍내리다가 그친 비를 뜻한다.

쓰임) ‘웃비’가 걷힌 뒤라서 해가 한층 더 반짝였다.

‘열비’는 지나가는 비를 뜻하는데 고어 ‘녈(行)+비’의 짜임이다.

쓰임) 잠시 쉬었다가 ‘열비’가 그치면 다시 일을 하자.

‘꽃비’는 꽃이 떨어지며 흩날리는 모습을 비에 비유한 말이다.

쓰임) 이 시간에 설악산에는 ‘꽃비’가 내렸다.

‘낙엽비’는 낙엽 지는 모습이 흩뿌리는 비와 같다는 표현.

쓰임) 이 담에 가을을 다 모르는 사람이 이 산에 오거든 그 때 오늘 같은 ‘낙엽비’ 다시 내리시길...

‘진눈깨비’는 눈이 섞여 내리는 비, 또는 비가 섞여 내리는 눈을 뜻한다.

쓰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이면 타향살이의 귀갓길은 더욱 착잡했다.

‘건들장마’는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곤 하는 장마를 뜻한다.

쓰임) 지루했던 여름장마가 끝나고 상큼한 초가을을 맞는가 했더니 또다시 ‘건들장마’가 찾아와 짜증스러웠다.

‘단비’는 가뭄에 논밭이 갈라질 때에 내리는 비를 뜻한다.

쓰임) 농민들에 ‘단비’는 보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자영 시인·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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