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재도약 신호탄되길

삼성SDI 울산사업장 재기

▲ 신형욱 사회부 차장
올해 설 전날인 2일 저녁. 매년 명절 전날 밤이면 그랬듯이 고향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술잔을 기울이며 시시콜콜한 옛 이야기로 회포를 풀었다. 여기까지는 매년 명절을 앞둔 고향 친구 모임과 똑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친구가 나서더니 저녁 값을 계산해 버렸다. 매년 얼마씩 갹출해 내는게 관례였던 터라 다소 의외였지만 친구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편으로는 참 마음고생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한주 전쯤에 (삼성SDI)천안사업장에서 울산사업장으로 내려왔다. 정말 속이 시원하다. 모든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다”며 한턱을 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친구가 삼성SDI 천안사업장으로 발령난 것이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였던 것을 감안하면 3년여만에 울산으로 돌아온 셈이다. 세계적 브라운관 업체로 가속페달을 밟았던 삼성SDI는 2004년부터 브라운관 사업의 급격한 침체로, 특히 CRT를 주력 사업군으로 해온 울산사업장이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울산공장은 CRT 3개 공장과 전자총 공장 등이 2005년 이후 잇따라 폐쇄되면서 한때 9500명에 달하던 직원(협력업체 포함) 수가 1500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부 직원은 삼성SDI의 타 지역 공장으로, 일부는 삼성의 타 계열사로, 일부는 명예퇴직으로 본의 아니게 울산사업장을 떠나야 했다.

결국 이 친구도 전지공장이 있는 천안사업장으로 옮기게 됐다. 고향이 울산사업장과 지근거리의 울주군 삼남면 방기이고 부모님과 처자식이 고향에 남아 있는 터라 혼자 천안에서 총각아닌 총각 생활을 해야 했다. 지난 3년간 객지생활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인데다 주말이면 고향을 찾는 귀향 본능 탓에 도로에 낭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울산사업장에 PDP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2차전지 공장의 가동을 앞두면서 기다리고 기대하던 귀환이 이뤄졌다. 인력 재배치 때 울산사업장 내 인력 충원 요인이 생길 경우 우선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황에서 친구를 비롯한 150여명이 우선적으로 울산사업장으로 돌아온 것.

앞으로도 현재 건립 중인 2차전지 공장이 잇따라 가동에 들어가면 울산사업장을 떠났던 옛 브라운관 인력들이 속속 귀환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사업장의 모습도 변했다. 정밀 전자산업으로 재편이 이뤄지면서 보안2등급 시설이던 공장의 일부 시설(PDP공장과 2차전지 공장 등)이 보안1등급으로 강화됐다. 공장의 외형도 이전 컨테이너박스 모형에서 외벽이 강화유리로 된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설로 변해 정밀 전자산업에 걸맞는 옷으로 갈아 입었다.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SDI 울산사업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2차전지 사업의 메카로서 생산규모를 확충해 가면서 끝없이 추락하던 지역경제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 울산사업장 인근의 울주군 언양과 신평 통도사 일원 지역 경제에도 미세하지만 온풍이 일고 있다. 당장의 매출 신장 등은 약하지만 이 지역 상권 부흥의 바로미터인 삼성SDI 울산사업장이 재성장의 틀을 닦았다는 것만으로도 지역민들의 기대치는 한층 커져 있다.

삼성SDI 외에도 울산에는 잇따른 외자유치와 시설투자 등으로 신규 시설 투자 등이 잇따르고 있다. 고용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내의 호텔에는 지역 석유화학업계의 활황과 더불어 외국 엔지니어들이 앞다퉈 방을 구하면서 만실 사태를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기업들이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파고를 헤쳐나와 성장엔진을 재장전하거나 가동에 들어가고 있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기대된다. 국내경제의 중심 산업수도 울산이 또한번의 도약을 준비하는 것 같아 반갑다.

신형욱 사회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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